사지 못한 책

 


  사려고 벼렸으나 일곱 달째 사지는 못하고 구경만 하던 책을 본다. 어, 이렇게 덩그러니 놓였네. 헌책방 사장님이 이제 이 책을 내놓아 주었구나, 그러면 살 수 있겠네, 하고 생각하며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다. 언제 보아도 ‘이 사진책에 깃든 사진’이 재미있구나 하고 느끼며 ‘사진책 모습을 사진으로 담다’가 그만, 이 책을 골라서 사기로 하던 생각을 깜빡 잊는다. 애써 부산까지 마실을 해서 이 책을 보았으나 또 놓친 셈인가.


  참 바보스럽지. 사진을 찍지 않고 책만 골랐으면 ‘책 모습을 담는 사진’이야 우리 집에서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잖아. 굳이, 이 사진책 하나 헌책방 책시렁 한쪽에 곱게 놓인 모습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하다가 그만 ‘책을 사려고 하던 생각’을 잊을 수 있을까.


  한눈을 팔았다기보다 한마음을 판 셈일까. 이 사진책도 장만하고 다른 책도 더 장만하자고 책시렁 찬찬히 돌아보다가 그만 다른 책에 푹 빠져들면서 이 사진책은 까맣게 잊은 셈일까.


  사들인 책은 내 곁에 있다. 사들이지 못한 책은 사진에 남는다. 앞으로 언제쯤 다시 이 사진책 있는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갈 수 있을까. 그때까지 이 사진책 안 팔린 채 곱게 이 자리에 그대로 있으려나. 이 사진책은 내 품에 포근하게 안길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무화과나무 아래에서”라 하는 이 일본 사진책은 종이로 된 겉상자 따로 있다. 겉상자 없이 알맹이만 있는 사진책이 나왔을까. 겉상자는 다른 데에 따로 건사하셨을까. 사지 못한 책을 두고, 사진으로 남은 모습 한참 들여다보며 아쉬움 달랜다. 4346.5.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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