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믿는 마음

 


  아버지가 두 아이 데리고 마실을 다니면 둘레에서 으레 “애 엄마는 어디 가고?” 하면서 혀를 찹니다. 작은아이 아직 안 태어난 지난날, 큰아이와 아버지가 마실을 다녀도 둘레에서 곧잘 “애 엄마는 뭐 하고?” 하면서 혀를 찼습니다. 거꾸로, 아이들 어머니가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 어느 누구도 “애 아빠는 어디 가고?”라든지 “애 아빠는 뭐 하고?”처럼 묻지 않습니다.


  혀를 차는 이들은 ‘당신이 읊는 말’을 ‘아이들이 듣는 줄’ 헤아리지 않습니다. 예부터 일소도 말귀를 모두 알아들어 일소 앞에서 누가 일 잘 하고 못 하고를 말하지 말라 했는데, 아이들 앞에서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할 노릇 아닙니다. 혀를 차고 싶으면 그저 마음속으로 찰 노릇이고, 입밖으로 나올 말은 아무렇게나 뇌까리지 말 노릇입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오고,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아버지 무릎에 기대어 새근새근 잡니다. 큰아이는 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다가 뜨다가 졸음 참으며 쉽니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무릎을 차지하니 큰아이는 아버지 어깨만 겨우 얻습니다. 그래도 씩씩하고 대견하게 먼 마실 잘 견디며 다닙니다. 어머니 함께 네 식구 마실을 다니면, 어머니 품을 작은아이가 차지하고, 아버지 품을 비로소 큰아이가 차지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품에서 자랍니다. 아이들은 오롯이 믿으며 온몸을 맡길 만한 어버이 품에서 자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품에 안습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따사롭게 토닥이고 보듬으며 살아갑니다. 한편, 어버이로서는 아이들을 토닥일 수 있고 보듬을 수 있기에 날마다 새 기운 얻습니다. 나무는 흙을 붙잡고, 흙은 나무를 포근히 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요, 어버이는 흙입니다. 아이들은 흙한테 푸른 숨결 나누어 주는 나무요, 어버이는 아이들이 씩씩하고 튼튼히 설 수 있도록 돕는 포근한 흙입니다. 4346.5.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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