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장미 같은 글쓰기
어떤 사람들은 ㅈㅈㄷ 같은 신문이 아름답게 거듭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러한 신문들이 생각을 슬기롭게 고치거나 마음을 사랑스레 돌보는 일이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참말 그렇게 되리라 느낀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모른다. 장미는 쓰레기통에서도 피어난다. 동백꽃도 튤립도 모과꽃도 팬지꽃도 복숭아꽃도 모두 쓰레기통에서 얼마든지 피어난다.
꽃은 터를 가리지 않는다. 꽃은 숲에서만 피어나지 않는다. 꽃은 한 줌 흙 있으면 쓰레기통 아닌 국회의사당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꽃은 햇살 한 조각 있으면 쓰레기통뿐 아니라 쓰레기구덩이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 꽃은 바람 한 숨 있으면 쓰레기통에서든 핵발전소에서든 피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끔찍한 전쟁무기 만들지만, 꽃은 해맑게 피어난다. 사람들은 막개발 일삼지만, 꽃은 씩씩하게 다시 피어난다. 사람들은 고속도로 깐다며 멧자락에 구멍을 내고 들판을 아스팔트로 깔며, 온갖 곳에 송전탑 빼곡하게 박는데, 이러거나 말거나 꽃은 송전탑 곁에서도 자라고 고속도로 틈바구니에서도 자란다.
나는 믿는다. ㅈㅈㄷ 신문이건 ㅎ이나 ㄱ 같은 신문이건 아직 하나도 안 아름답다만, 나는 믿는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이건 부산이나 인천에서 나오는 신문이건 아직 제대로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와 내음으로 온누리 따사롭게 사랑하는 신문은 없다고 느낀다만, 참말 나는 믿는다. 이 모든 신문들한테서도 언젠가 장미이든 동백이든 백일홍이든 꽃다지이든 민들레이든 봉숭아이든 곱고 해맑게 피어나리라 믿는다. 백 해가 흘러야 할는지 천 해나 만 해가 흘러야 할는지 모르리라. 그래도 언젠가 신문기자도 지식인도 정치꾼도 재벌회사 우두머리도, 다 같이 바보스러움 훌훌 털며 아름다운 꽃마음 되어 사랑웃음 나누는 어깨동무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내 믿음 한 자락 글에 담으며 꿈꾼다. 4346.5.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