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 어른과 어린이
― 고흥 녹동초 선생님들한테 들려줄 ‘한국말 강좌’ 인사말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어른을 가리켜 ‘교사’라 하고, 아이들은 이 어른을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교사 자리에 선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생’이라 부릅니다. 서로 이름표로는 ‘교사·선생님’과 ‘학생’입니다만, 학교 울타리 바깥에 서면 모두 ‘어른·어버이’요 ‘어린이’입니다. 학교 울타리 안쪽에서도 서로 어른이자 어린이일 테고, 어버이요 아이일 테지요.


  오직 ‘교사’라고만 여긴다면, 학교에서 학생한테 교과서에 담긴 지식과 정보만 잘 알려주고 시험성적 잘 나오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나, 교사이기에 앞서 ‘어른’이고, 교사이면서 ‘어버이’ 삶을 짓는 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학교에서 마주하는 어린이, 아이 앞에서 어떤 말과 마음과 사랑 될 때에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누구나 스스로 깨우치리라 느낍니다.


  고흥은 시골입니다. 고흥에서 도양읍은 시골마을입니다. 시골인 고흥에서도 공무원으로 일한다거나 가게를 꾸리는 분 있어, 도시하고 똑같은 일자리를 붙잡아 도시하고 똑같은 달삯 받는 분 있을 테지만, 시골인 고흥이기에, 흙과 물을 만지면서 삶을 짓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곧, 고흥에서 교사 자리에 서는 어른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하고 마주하는 어른입니다. 고흥에서 나고 자라 교사가 되었건, 전라남도에서 나고 자라 교사가 되었건, 또는 다른 도시에서 나고 자라 교사 되어 고흥으로 왔건, 모두 ‘시골마을 시골아이’ 마주하는 삶입니다. 그러면, 고흥 도양읍 녹동초등학교 어른이자 어버이요 교사인 분들은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어떻게 짓고 아이들 앞에서 어떤 ‘어른 삶’과 ‘어버이 삶’을 교실 안팎에서 보여줄 때에 아름다울까요.


  도시로 떠나는 아이들이 아주 많은 고흥인 만큼, 고흥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도시에서 앞으로 지낼 나날을 살피는 지식과 정보를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도시로 떠나 살아갈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향마을 고흥 넋과 숨결 곱다시 품에 안으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북돋울 이야기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둘 모두 나란히 배워야 할 수 있겠지요.


  포두면에서 택시를 모는 어느 어르신은 당신 어릴 적에, 포두국민학교에서 금탑사까지 걸어서 오가는 봄나들이 늘 했다고 해요. 국민학생들이 하루 네 시간 걸어서 금탑사까지 오갔다고 합니다. 예순 넘고 일흔 가까이 되는데, 국민학교에서 배우고 들은 다른 어느 것보다 이 얘기를 오래도록 떠올리고 들려줍니다. 녹동초등학교 아이들은 오늘 이곳에서 어떤 삶을 배우고 보고 듣고 겪고 마주하면서 자랄까요. 이곳을 다닌 아이들은 앞으로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고 예순 해쯤 더 보낸 앞날에 어떤 이야기 되새기면서 삶을 지을까요.


  삶을 돌아볼 때에 말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어느 곳에 선 사람인가를 되새길 때에 내가 쓰는 말글이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르거나 곱거나 참다운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우리 말글 바로쓰기’ 책을 읽는대서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글쓰기 길잡이’ 책을 읽었기에 글쓰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먼저, 스스로 삶을 즐겁게 바로세울 때에 말과 글을 슬기롭게 다스립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누리는 길 씩씩하게 걸어갈 때에 글쓰기이든 사진찍기이든 그림그리기이든 노래하기이든 춤추기이든 신나고 해맑게 빛냅니다. 녹동초등학교 교사 자리라 하는, 참 아름답고 멋스러운 일을 하면서, 시골아이 마주하는 분들 모두 어여쁜 꿈과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4.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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