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달거리천 손빨래

 


  작은아이 젖을 떼고부터 옆지기 다시 달거리를 한다. 더없이 마땅한 노릇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큰아이 젖을 뗀 뒤에도 이와 같은 삶이었잖아.


  옆지기 달거리천을 손빨래한다. 아이들 오줌기저귀는 물에 헹구고 담근 뒤 복복 비벼서 빨면 될 뿐더러, 집일에 많이 치인다 싶으면 빨래기계를 빌어서 빨 수 있다. 그러나, 옆지기 달거리천은 오직 손빨래로 핏기를 빼야 한다.


  달거리천 빨랫감 나오면 뜨거운 물 부어 핏기 조금 더 잘 빠지도록 기다린다. 뜨거운 물에 붉은 물이 들 무렵 복복 비벼서 물을 버린다. 비누질을 한다. 다시 뜨거운 물 붓는다. 달거리천은 뜨거운 물로 헹구고 비벼야 하는 만큼 다른 빨래를 할 때보다 살가죽이 쉬 튼다. 손가락 살짝 뜨겁다 느끼지만, 이만큼 느끼는 뜨거운 물로 빨아야 한다. 아 뜨거 하면서 손가락 뺄 만큼 뜨거우면 빨래를 못한다.


  달거리천을 비누질 하고 다시 뜨거운 물 받은 스텐대야에 둔 뒤, 다른 빨래를 복복 비빈다. 다른 빨래를 어느 만큼 하다가 달거리천 비눗물을 복복 비벼서 두 차례쯤 헹군다. 이러고서 다시 비누질을 하고 뜨거운 물 부어 불린다. 다른 빨래를 다시 하고, 빨래를 마친 다른 옷가지 서너 점쯤 나오면, 세벌비누질을 하고, 또 한 번 뜨거운 물에 담근다. 다른 빨래를 이럭저럭 마칠 무렵, 달거리천을 다시금 헹구고 비누질 한 번 더 하고서, 이제부터 다른 빨래 맑은 헹굼물로 달거리천을 헹구기만 한다.


  물을 펄펄 끓여 달거리천을 삶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달거리천을 삶아서 빤다고 하더라도, 비누질을 하고서 한동안 뜨거운 물에 담가 불려야 핏기가 말끔히 빠진다. 곧장 삶으면 핏기가 제대로 안 빠진다. 마지막으로 달거리천은 아침에 빨아서 아침해가 낮해 되고 저녁해 될 즈음까지 해바라기 시키면 그야말로 보송보송 보드라운 천으로 돌아온다.


  아이들 기저귀를 빨래하며 지낸 여섯 해에다가 옆지기 달거리천 빨래하며 보낸 예닐곱 해를 곰곰이 돌아본다. 나는 앞으로도 옆지기 달거리천을 손빨래 하면서 살겠지. 다른 빨래도 도맡아서 하니까. 머스마인 작은아이는 아직 똥을 가리지 않아 하루에 두세 차례 똥바지를 내놓는다. 종이기저귀 안 쓰는 우리 삶이니, 아이들은 마음껏 바지에 똥을 누며 큰다. 아버지는 아이들 똥바지이고 오줌바지이고 신나게 손빨래를 한다. 궂은 날씨 아니라면 으레 해바라기 시켜 옷가지를 말린다.


  손빨래란, 손을 놀려 집식구 옷가지를 만지면서 서로를 더 살가이 느끼도록 돕는다. 손빨래 마친 옷가지를 마당에 널어 해바라기 시키면, 고운 햇살은 우리한테 새로운 숨결 나누어 준다. 마당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와 꽃도 우리 옷가지에 맑고 싱그러운 빛 베풀어 준다.


  빨래란 무엇일까. 손빨래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 사내들은 왜 손빨래를 거의 안 할까. 우리네 사내들은 왜 집일을 가시내한테 거의 떠넘긴 채 살아갈까.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는 즐거움과 재미를 왜 이 나라 사내들은 살갗 깊이 받아들이는 사랑하고 자꾸 동떨어지는 길을 걸을까. 옆지기 달거리천 손빨래를 사내들이 할 적에 가시내를 바라보는 눈길이 찬찬히 거듭난다. 아이들 기저귀와 옷가지를 아버지들이 손수 복복 비비고 헹구며 해바라기 시킬 적에 사람을 마주하는 눈매가 하루하루 새롭다. 사내들은 집일을 많이 해야 예쁘다. 아버지들은 집살림 알뜰살뜰 아기자기 꾸려야 웃는다. 4346.4.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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