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꽃 작은 송이
소담스레 벌어지는 꽃송이 내놓는 나무 있고, 조그맣게 터지는 꽃송이 피어나는 나무 있다. 느티나무에서 터지는 꽃송이는 아주 작아,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망울 그득 맺는다. 꽃봉오리 하나 크기는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하다. 수수알하고 거의 비슷한 느티꽃 봉오리에 돋는 느티꽃잎은 훨씬 작아 깨알보다 더 작다.
느티잎을 손에 쥐고, 느티꽃을 살결로 비빈다. 손가락에 닿은 느티꽃이 돌돌 구른다. 느티꽃에 내려앉아 다리쉼을 하는 나비 있을까. 느티꽃 찾아다니는 벌 있을까. 느티나무에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느티꽃 활짝 푸르게 빛나다가는 가만히 스러지는 줄 깨닫는 사람 있을까.
나무꽃 작은 송이를 바라본다. 아이들과 나무꽃 작은 송이를 만지며 논다. 옆지기는 나무꽃 작은 송이 냄새를 맡는다. 팔백 몇 해를 살아온 느티나무 곁에서 느티꽃 바라보고 느티잎 훑으며 느티내음 맡은 시골사람 몇쯤 될까.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