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전화
미국으로 람타 공부를 하러 간 옆지기한테, 스무 날 아닌 석 달이나 세 해 공부하고 와도 좋으니,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하고 오라 이야기했다. 아쉬움이 남은 채 돌아오려면 애써 먼길 떠난 보람이 없을 테니까.
한국을 떠난 지 스무 날 지나고 스물이틀째 된다. 이동안 한 번 전화 온 적 있으나, 돌아오기로 한 날에서 이틀 지나는데 딱히 말이 없다. 참말 석 달이나 세 해쯤 지내고 오려나. 그러면 기다리기보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세 식구 누릴 나날을 생각하는 쪽이 낫겠지. 다만, 말이라도 해 주지 싶다. 그러다가 문득,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 또한 알려주기 힘든 노릇 아니랴 싶다. 그래, 옆지기는 몇 달 동안 안 돌아온다고 여기자.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내자. 이렇게 생각하며 스물이틀째 저녁을 보내는데, 뜻밖에 옆지기 전화 한 통 온다. 인천공항에 내렸단다. 밤버스로 광주까지 올 수 있단다.
아, 오는구나. 아니, 왔네. 하루 지내고 이듬날 아침에 오겠네. 아이들은 어머니 오랜만에 보며 어떤 마음이 될까. 스물이틀 동안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얼마나 재미나게 누렸을까. 스물이틀 동안 미국에서 밥은 얼마나 잘 챙겨서 먹었을까. 시골집 돌아오면 어떤 밥을 챙겨서 차려 주어야 할까. 4346.4.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