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 발도르프 학교
강성미 지음 / 샨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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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우는 곳은 아름답다
[사랑하는 배움책 16] 강성미,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샨티,2013)

 


- 책이름 :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글 : 강성미
- 펴낸곳 : 샨티 (2013.3.30.)
- 책값 : 15000원

 


  읍내 저잣거리에 가면, 길바닥에 앉아 장사하는 아지매와 할매를 만납니다. 아이들과 읍내 저잣거리에 가면, 아이들 눈에 뜨이는 곳은 떡집입니다. 떡집 앞을 지나칠 적에 떡이 먹고 싶다며 조릅니다.


  면소재지나 읍내에 있는 가게, 이른바 마트에 가면, 가지런하게 쌓은 가공식품을 잔뜩 만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면, 아이들 눈에는 여기에도 과자 저기에도 얼음과자입니다. 아이들은 이것도 저것도 집어서 사자고 조릅니다. 마트 같은 데에 가서 아이들한테 과자를 안 사 주는 일이란 아이를 괴롭히는 일하고 같구나 싶습니다.


  아이가 아직 과자가 무엇인지 모를 적에 가게에 가면, 아이는 아무것도 집거나 쥐지 않습니다. 아이가 과자상자랑 과자봉지 알고 나면, 이제 아이는 과자를 집으려고 합니다. 마을에 조그마한 가게 하나 없는 시골이나 멧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면, 아이들은 가게에 갈 일도, 가게에 가득한 과자를 볼 일도 없습니다. 가만히 헤아리면, 아이들이 과자를 노래하거나 바라는 까닭은, 어른 스스로 ‘과자 있는 가게’에 자주 들른다는 뜻이고, 어른 스스로 ‘과자를 자주 먹는다’는 소리입니다.


.. 나의 아이들은 물론 모든 인간이 다른 무엇이 되지 않고도 지금 존재하는 그대로 저마다 소중한 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발도로프 교육의 경험을 … 벌써부터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1년을 채 마치기도 전 유치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보내게 했더니 민주는 펄쩍 뛰며 좋아했다 … 내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선생님, 일부러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 선생님, 그렇게 아이를 자세하게 봐 주는 선생님에게 민주를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졌다 ..  (12, 18, 29쪽)


  어른이 손으로 글을 써서 글월을 자주 띄우면, 아이는 곁에서 글씨쓰기를 으레 봅니다. 어른이 손으로 연필이나 붓이나 크레파스 쥐고 그림을 자주 그리면, 아이는 곁에서 그림그리기를 으레 봅니다. 아이는 저절로 글씨놀이 하고 그림놀이 합니다.


  어른이 조그마한 밭뙈기이든 널따란 들판이든 호미나 괭이나 삽을 쥐고 흙을 파거나 보듬으면, 아이도 호미나 괭이나 삽을 쥐고 흙을 파거나 보듬으려 합니다. 어른이 씨앗 하나 심어 돌보면, 아이도 씨앗 하나 심어 돌보고 싶습니다. 어른이 나뭇잎 쓰다듬고 꽃망울 어루만지면, 아이도 나뭇잎 쓰다듬고 꽃망울 어루만져요.


  가르침은 따로 없습니다. 삶이 모두 가르칩니다. 배움은 따로 없습니다. 삶에서 늘 배웁니다. 어른은 하루하루 누리는 삶을 언제나 아이한테 가르칩니다. 아이는 하루하루 누리는 삶에서 노상 어른한테서 배웁니다. 어른이 책을 손에 펼쳐서 아이한테 이것저것 들려주어야 가르침이 아니에요. 어른이 여느 때에 읊는 말이 모두 가르침이에요. 어른이 여느 때에 보여주는 몸짓과 낯빛이 모두 가르침이에요.


  아이라면 누구나 어른이 여느 때에 쓰는 말마디를 귀담아들어 아이 말마디로 삼습니다. 아이라면 누구나 어른이 여느 때에 보여주는 몸짓을 살펴보고는 아이 몸짓으로 삼아요.


  아이만 따로 똑똑하게 크라고 바랄 수 없어요. 아이와 함께 어른 스스로 늘 똑똑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아이만 따로 슬기롭게 자라라고 꾀할 수 없어요. 아이와 나란히 어른 또한 스스로 언제나 슬기롭게 지낼 뿐입니다.


.. 일생에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과 보내게 될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부모들, 보통 인연이 아닐 것이다 …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며 동시에 자신도 같이 성장해 갈 수 있는 … 간식을 다 먹고 나면 아직 남은 시간을 바깥에서 햇볕을 쬐며 놀기 위해 쏜살같이 운동장으로 달려나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덥거나 춥거나 빼먹지 않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바깥 놀이 시간이다 … 교실 안, 학교 안, 운동장, 어디라도 아이들이 접하는 공간은 부드러운 색과 부드러운 재료로 꾸며진 발도로프 학교의 자상함을 자주 볼 수 있었다 ..  (38, 44, 50, 65쪽)


  모든 어버이는 교사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어버이는 날마다 아이한테 모든 삶을 보여주며 모든 것을 가르치니까요.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비질과 걸레질 하는 모든 몸짓이 가르침입니다. 어머니만 집일을 하고 아버지는 집일을 안 한다면, 이 모습 그대로 아이들이 물려받습니다. 우리 사회가 제법 남녀평등 이룬다고 이론으로는 읊더라도, 정작 젊은이 사이에서도 집일과 집살림 돌볼 줄 아는 사내가 늘지 않는 까닭을 잘 헤아려 봐요. 막상 여느 살림집에서 여느 집일과 집살림 맡는 이는 으레 가시내예요. 할머니, 어머니, 또 어린 가시내, 이렇게 가시내들만 집일과 집살림 맡는 흐름 이어져요. 오늘날 아이들은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집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요. 오늘날 아이들은 집에서 이녁 어버이와 함께 보내는 겨를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끌려다니면서 ‘집 바깥 어른’하고 누리는 겨를이 더 깁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이녁 어버이가 집에서 일구는 일과 살림을 제대로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곧, 오늘날 아이들은 ‘삶’을 하나도 못 배워요. 삶은 하나도 못 배우면서 갖가지 이론과 지식은 머릿속에 넣지요.


  오늘날 아이들은 제 양말이나 속옷 하나 빨래할 줄 모르는 몸가짐으로 유치원을 마치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제 밥그릇 설거지할 줄 모르는 몸놀림으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옮깁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제 방뿐 아니라 집안 곳곳 쓸고 닦으며 손질하고 돌보는 버릇 익히지 못한 채 고등학교로 갑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바느질이나 호미질이나 망치질이나 톱질이나 도마질 하나 살뜰히 몸에 붙이지 않고서 대학교에 가요. 오늘날 아이들은 ‘어버이가 아이 사랑하는 손길’ 조금도 익히거나 배우지 않는 몸으로 대학교를 마치고 회사원이 되거나 노동자가 된 뒤, 짝꿍을 사귀어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아요.


.. 발도로프 학교의 모든 교실 한쪽에는 ‘자연 탁자’라는 게 있는데, 탁자 위에는 그 계절에 얻는 아름답고 특별한 것이나 자연 재료로 만든 인형 등을 올려놓고 아이와 선생님이 같이 그 공간을 꾸며 나간다 … 이 작물들은 판매 위주의 대량 생산이 아닌 자급자족을 위한 소량 생산을 하다 보니 기계 대신 인간의 손을 타고 자란다. 자기 가족에게 먹일 채소들을 가꾸기 위해 흙에 손을 댈 때는 인간이 내뿜는 기운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 음식은 단순히 배만 부르려고 먹는 게 아니다. 마음에도 영양을 공급한다. 아침이면 엄마가 정성들여 싸 준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가는 아이들 모습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로 잘 자리잡힌 듯한 평화로운 삶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74, 153, 155쪽)


  한국 사회 어른은 이녁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 어른은 이녁 스스로 어떤 꿈을 이루는 삶이요, 이녁 스스로 어떤 사랑을 나누는 하루인가 되짚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는가요. 우리 어른들은 집에서 아이하고 무엇을 하는가요. 아이들을 시설이나 학교나 학원에 보내는 데에만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아, 정작 집에서는 아이들과 아무것 안 하거나 못 하는 삶 아닌가 톺아보아야 해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김치를 담그는가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싸는가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만두를 빚는가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쑥을 뜯고 냉이를 캐며 된장국 끓이는가요. 집에서 이불 한 채 함께 꾹꾹 밟아서 빨래하는가요. 집에서 아이들과 옷가지를 개어 옷시렁에 두는가요. 집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비질이랑 걸레질을 하는가요.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삶을 아이가 몸소 느끼도록 이끌지 못하면, 이 아이들이 자라 푸름이가 되고 어른이 되어도, 슬기롭게 제 몸을 돌보거나 아끼지 못합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하루를 아이가 늘 느끼도록 꾀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건 서른 살이 되건, 제 숨결을 비롯해 이웃 숨결을 곱게 보살피는 마음씨 다스르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말과 넋과 삶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습니다. 어버이는 어버이 스스로 가꾸는 말과 넋과 삶을 아이한테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어버이 스스로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른 말을 쓸 때에, 아이도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른 말을 써요. 어버이 스스로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른 넋으로 온누리 바라볼 때에, 아이도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르게 온누리를 헤아려요. 어버이 스스로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른 삶 되도록 하루하루 일구어야, 비로소 아이도 아름답고 맑으며 올바른 삶 즐겁게 맞아들여 씩씩하게 일구지요.


.. 훗날 누구든 이 학교를 거쳐 갈 아이들을 위해서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고, 그 씨앗의 결실은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졌다 … 회사의 이름이 박힌 옷을 입지 않으니 아이들의 몸이 그 회사의 광고판이 되지 않았다 … 우리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운 것일까? 성공한 모습을 고작 가방이나 옷으로 뽐내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선뜻 말해 주기가 망설여졌다 … 발도로프 학교의 교실에는 거울도 없다. 우리가 거울을 자꾸 보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거울이 없어야 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  (152, 174. 175, 177쪽)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른이라면 스스로 생각해 보셔요. 아이들은 왜 태어나는가요. 아이들을 왜 낳습니까.


  아이들은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오직 이 한 가지입니다. 어른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요? 아주 쉽고 마땅하겠지요? 어른은 ‘아이를 사랑하려고 낳’아요.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해요. 아이들은 집에서 어버이와 즐겁게 살아가며 ‘삶을 배우’면 돼요. 굳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아이들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사랑 나누는 배움터’인가 아닌가를 찬찬히 살피고 따져야 합니다. 지식 잘 집어넣고 대학교 잘 보낸다는 지옥구렁텅이 아닌, 아이와 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숨결 건사하는 아름다운 배움터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도록 힘쓸 노릇입니다.


.. 처음에 발도로프 학교에 가서 놀란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떤 예방주사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 어떨 땐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면, 또 그 자녀들이 건강하다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생겼다. 더구나 그런 부모 중엔 의사들도 있었다 … 그런데 발도로프 학교에 가서 주사를 맞히지 않고도 잘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해 보니, 우리 부모 세대는 온갖 예방주사를 안 맞고도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왔고, 내 세대만 해도 지금처럼 많은 주사를 맞지 않았는데, 지금 우리는 새로 개발되는 모든 주사를 당연히 아이에게 맞혀야 한다고 여기게 된 것이 신기했다 ..  (158, 159, 160쪽)


  강성미 님이 쓴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샨티,2013)라는 책을 읽습니다. 강성미 님은 당신 딸아이 민주를 ‘발도로프’라 하는 학교에 보냈다고 합니다. 발도로프라 하는 학교에서 여덟 해 보낸 나날을 여덟 해 지나고 또 더 지난 어느 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책 하나로 선보입니다.


  첫 쪽부터 끝 쪽까지 차근차근 읽으며 생각합니다. 글쓴이 강성미 님은 당신 딸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고 할 만할까요? 틀림없이 이름은 학교가 맞겠지요. 그런데, 발도로프 학교는 학교가 맞을까요?


  어린 민주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어버이 강성미 님은 아이를 학교에 넣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을 누리고 사랑을 키울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린 민주는 ‘사랑을 누리면서 아름다움을 한껏 껴안을’ 곳을 다녔어요. 어버이 강성미 님은 아이가 ‘사랑을 받으면서 아름다움을 한껏 북돋울’ 곳을 찾았어요.


.. 학교 수업 중 영상으로 진행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수업도 없다. 학부모들에게도 녹음된 이야기를 틀어 주지 말고, 엄마가 직접 읽어 주라고 하고, 음악도 전문가들이 연주해 녹음한 레코드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직접 부르고 직접 연주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게 더 낫다고 한다 … 열 살이 된 아이에게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하고 있는데 누가 될 것 같으냐, 누가 더 좋으냐를 묻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이들이 그런 사실을 안다 해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아름다움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 성인이 되어 행복한 삶을 꾸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을 어린이답게 보낸 사람들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  (180, 183쪽)


  누군가는 발도로프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느 제도권 입시지옥 학교에 아이를 보내더라도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시설이나 제도나 원칙이나 규칙이 훌륭한 시설에 보내기에 더 좋다고 하지는 않아요. 시설이나 제도나 원칙이나 규칙은 대수롭지 않아요. 어린 민주로서는 발도로프 학교에 앞서, 어린 민주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하는 집살림을 꾸리고 집일을 했기에, 어느 곳에 다니더라도 즐겁게 하루하루 누리며 자랄 만해요.


  다만, 강성미 님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지는 못해요. 이를테면, 예방주사를 마치 ‘미신(?)’처럼 믿으며 모든 예방주사를 맞히던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요. 발도로프 학교에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예방주사를 안 맞힌다고 밝혀요.


  잘 따져 봐요. 아이한테 유기농 곡식 먹이는 까닭이 무엇이겠어요? 아이한테 아무것 함부로 안 먹이지요? 아이가 입는 옷도 화학섬유인지 천연섬유인지 따지지 않나요? 휴지 하나조차 형광물질 깃들었는지 안 깃들었는지 따지지 않나요? 빨래를 손으로 하든 기계한테 맡기든, 세제 성분이 어떠한지 꼼꼼히 따져서 쓰지 않나요? 그러면, 몸이 아프지 않도록 몸속에 곧장 약품 집어넣는 예방주사를 맞힐 때에 어떻게 해야겠어요? 예방주사 맞히기 앞서 주사 성분이 무엇인지 낱낱이 따지고 알아본 뒤에라야 비로소 맞힐 노릇이지요. 그런데, 참 많은 어버이들은 ‘밥·옷·집’은 그럭저럭 따지거나 살피면서 예방주사만큼은 안 따지고 ‘미신(?)’처럼 믿지요. 발도로프 학교에 아이를 넣은 어버이 가운데 ‘의사가 있지’ 않았다면, 어버이가 의사이면서 아이한테 예방주사 안 맞히는 집이 있는 줄 못 보았다면, 강성미 님으로서도 예방주사가 무엇인지 슬기롭게 살피거나 바라볼 마음을 못 품었겠구나 싶어요.


  어쩌면, 강성미 님도 어린 나날부터 당신 어버이한테서 ‘집에서 어버이와 누리는 사랑을 한껏 맞아들이지 못했’기에, 이런 대목 저런 구석 꼼꼼이 못 짚었을 수 있어요. 저부터 지난삶 돌아보면 그래요. 저도 제 숨결은 제 어버이가 따순 사랑을 모두어 낳았지만, 먹고 입고 자는 삶을 조금 더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못한 대목 많다고 느껴요. 그렇다고 저도 제 어버이처럼 제 아이한테 ‘어설프거나 어수룩한’ 대로 마주할 수 없어요. 스스로 새로 배워야지요. 스스로 새로 사랑을 생각해야지요.


  누군가는 스스로 새로 배우거나 사랑을 찾는 길을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조그맣게 품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대안학교를 찾아다니며 이 사랑길 찾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강성미 님처럼 발도로프 학교에서 사랑길 찾을 만해요.


  어느 길을 가더라도 다 좋아요. 어느 길을 가더라도, 한 가지를 늘 아낄 수 있으면 돼요. 어느 길에서건, 내가 걷는 이 길이 나와 아이 모두 사랑으로 푸르게 숨쉬는 길인가 하고 살피면서 아낄 수 있으면 되지요.


..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고도 하셨다. 엄마가 나를 그 몸 안에서 키우셨듯이 나도 생명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니 그건 축복이라고 하셨다 … 아이들이 마음껏 정직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거짓말을 하도록 만드는 어른들이 주변에 있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를 보면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문화가 그 사회에 있다고 한다 … 줄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하셨다 … 민주는 학년마다 며칠씩 자고 오는 학급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  (218, 241, 254, 255쪽)


  사랑을 배우는 곳은 아름답습니다. 살림돈 넉넉하든 가난하든 대단하지 않습니다. 살림돈이 넉넉해서 잘 가르치는 집은 없습니다. 살림돈 가난해서 못 가르치는 집은 없습니다. 사랑이 넉넉하면 어느 집 어느 어버이나 잘 가르칩니다. 사랑이 가난하면 어느 집 어느 어버이나 못 가르칩니다.


  제가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얼마만큼 물려받았든, 저는 제가 받은 사랑을 슬기롭게 키우고 보듬어 제 아이를 더 즐겁고 아름답게 사랑하면서 고운 꿈 물려주면 넉넉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고운 꿈 물려받으면서 날마다 새로운 사랑 아름답게 북돋우면 됩니다.


  이런 수업을 해야 하지 않아요. 저런 교재를 장만해야 하지 않아요.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아파트 꽃밭 한쪽에 나무씨앗 심어요. 능금나무도 좋고 배나무도 좋아요. 살구나무도 좋고 복숭아나무도 좋아요. 나무를 심고 나무를 돌보아요. 도시에서도 빈터가 보이면 씨앗 하나 정갈히 심어요. 어디에서나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 숲이 되도록 힘써요. 시골집에서 살아간다면, 알맞춤한 자리에 씨앗 꾸준히 심으면서 집숲 가꾸어요.


  들풀 한 포기 아껴요. 들꽃 한 송이 사랑해요. 들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들놀이 누리면서 들노래 불러요. 되도록 두 다리로 걷고, 좀 멀다 싶으면 자전거를 타요. 자가용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자가용 없는 채 한 달 한 해 열 해 살아요. 자동차 써야 하면 택시나 짐차를 불러요. 사람들마다 집 한켠에 주차장 마련하지 말고 텃밭을 마련해요. 자동차 몰면서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움직여요. 자동차 닦느라 품을 들이지 말고, 집안 유리창 함께 닦고, 집안 마룻바닥 함께 닦아요. 자동차 놓을 만한 넓이에 집집마다 텃밭을 일구면서, 이 텃밭에서 자라는 온갖 풀과 꽃 한껏 누려요. 자동차가 먹는 기름값만큼 이웃사랑 나누는 데에 돈을 써요. 자동차 한 대 장만하는 물건값만큼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읽어요.


  사랑을 배우는 곳이 내 보금자리와 내 마을과 내 나라가 되도록 삶을 가다듬어요. 지구별 어디에서나 사랑을 배우고 가르치는 아름다움 누릴 수 있도록 마음을 착하고 참답게 추슬러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랑을 받을 때에 웃지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랑을 베풀 때에 웃어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웃지 않는 곳이라면, 이런 데에서는 일하지도 놀지도 살지도 말 노릇이에요. 함께 웃고 서로 사랑하며 나란히 삶 누리는 빛 하나 느낄 수 있기를 빌어요. 4346.4.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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