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잎 푸른 숨결 책읽기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모과라 하면 못생기고 딱딱하며 큼지막한 열매만 떠올린다. 이러면서 정작 모과잎이 어떤 모양이고 모과나무가 어떤 모습이며 모과꽃은 어떠한 줄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 모과나무 한 그루 있으니 이런 말 넌지시 할 수 있는데, 나도 우리 시골집 한쪽에 모과나무 있어 날마다 들여다본 지 세 해가 되는 이즈음 이런 말 할 뿐, 세 해 앞서만 하더라도 모과꽃이니 모과잎이니 모과나무이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찬찬히 살피지 못했다.
우리 집 모과나무에서 새봄에 새롭게 맺는 잎사귀 바라본다. 앙증맞게 자라는 잎사귀 뜯어서 맛을 보고 싶지만, 힘껏 새잎 틔우는데 섣불리 건드릴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참말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들풀은 신나게 뜯어먹는데, 아직 그닥 안 굵은 나무에서 새로 돋는 봄잎은 쉬 건드리지 못한다. 이 나무가 더 우람하게 자라 굵은 줄기에서 숱한 새잎 돋으면 좀 홀가분하게 새잎 훑으며 봄나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모과꽃은 참 어여쁘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이 모과열매 못생겼다 여기는 마음 돌아보면, 모과꽃은 그지없이 어여쁘다. 아무래도 모과꽃을 본 적 없이 모과열매만 보았으니 하나도 모르겠구나 싶다. 모과꽃 사진으로 담는다든지, 모과꽃 널리 알리거나 말하는 사람 없는 탓일 수 있을까.
올해에도 모과꽃 기다린다. 새잎 돋고 나서 꽃망울 앙증맞게 맺히려는 때부터 보름쯤 기다리면 비로소 꽃송이 활짝 벌어진다. 달리 어떤 빛이름으로도 나타낼 길 없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후박꽃과 나란히 흐드러지게 벌어지면서, 벌과 나비와 새가 좋아하며 찾아드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모과꽃 필 무렵, 제비들은 새끼를 까서 먹이 나르기에 바쁘다. 이제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도 곧 새끼를 까겠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