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636) 자주적 1 : 자주적 학교
조선인학교는 해방 후 지난 식민지 시기 일제가 역사와 문화를 부정, 말살한 것에 대항하여 재일조선인 스스로가 자신의 말과 문화와 역사를 후세에게 전승하기 위해 만든 자주적 학교였다
《현순혜-내 조국은 세계입니다》(현암사,2006) 9쪽
“해방 후(後)”는 “해방 뒤”로 고쳐 줍니다. “문화를 부정(否定), 말살(抹殺)한 것에 대항(對抗)하여”는 “문화를 짓밟고 없앤 것에 맞서서”니 “문화를 지우고 앖앤 짓에 맞서”로 다듬고, “후세(後世)에게 전승(傳承)하기 위(爲)해”는 “뒷사람한테 물려주려고”나 “아이들한테 이어주려고”로 다듬어 봅니다. “자신(自身)의 말과 문화”는 “겨레 말과 문화”나 “한겨레 말이나 문화”나 “우리 겨레 말이나 문화”로 손질합니다.
‘자주적(自主的)’은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을 뜻하는 ‘-적’붙이 한자말입니다. “자주적 결정”이나 “자주적 외교”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다”나 “자주적인 노력을 기울이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주 외교”와 “자주적 외교”는 어떻게 다를까요. “자주적 사상”과 “자주 사상”은 어떻게 다르지요? ‘-적’을 붙이는 한자말과 ‘-적’을 안 붙이는 한자말은 뜻이나 느낌이 얼마나 벌어지거나 달라질까요?
“스스로 결정”하면 됩니다. “문제를 제힘으로 풀면” 됩니다. 남한테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내 생각” 품으면 됩니다.
재일조선인 스스로가 만든 자주적 학교였다
→ 재일조선인 스스로가 세운 학교였다
→ 재일조선인 힘으로 세운 학교였다
→ 재일조선인 힘으로 세워서 꾸리는 학교였다
→ 재일조선인 스스로 꿋꿋하게 세운 학교였다
→ 재일조선인 스스로 씩씩하게 세운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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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을 보면 ‘스스로’라고 앞에 쓰고는, 곧이어 ‘자주적 학교’라고 씁니다. ‘자주적’을 따로 쓸 일이 없는데 겹말이 되어요. 어쩌면 힘주어 말하고자 뒤쪽에 ‘자주적’을 썼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힘주어 말하고자 했다면, ‘꿋꿋하게’나 ‘당차게’나 ‘다부지게’나 ‘씩씩하게’ 같은 말을 넣으면 돼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가다듬는 말입니다. 스스로 살피면서 스스로 갈고닦는 글이에요. 씩씩하게 스스로 합니다. 즐겁게 스스로 합니다. 스스럼없이 스스로 합니다. 활짝 웃으며 스스로 합니다. 학교를 세우든 책을 읽든 이야기를 하든, 언제나 스스로 기운차게 하는 우리들입니다. 4339.9.4.달/4346.4.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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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학교는, 지난 식민지 때에 일제가 역사와 문화를 짓밟고 없앤 짓에 맞서 해방 뒤에 재일조선인 스스로 세워서, 우리 겨레 말과 문화와 역사를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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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940) 자주적 2 : 아이들은 본래 자주적이고
아이들은 본래 자주적이고 자기를 실현하려는 존재라는 것이다
《야누쉬 코르착/송준재,손성현 옮김-안톤 카이투스의 모험》(내일을여는책,2000) 187쪽
‘본래(本來)’는 ‘처음부터’나 ‘워낙’으로 손볼 낱말인데, 여기에서는 ‘누구나’라든지 ‘알고 보면’으로 풀어도 잘 어울립니다. “자기(自己)를 실현(實現)하려는”은 “저희 꿈을 이루려는”이나 “제 뜻을 이루려는”이나 “저마다 하고픈 일을 이루려는”으로 손볼 때에 한결 낫구나 싶어요.
아이들은 본래 자주적이고
→ 아이들은 처음부터 남한테 기대지 않고
→ 아이들은 날 때부터 씩씩하고
→ 아이들은 누구나 저희 힘으로
→ 아이들은 알고 보면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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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무엇을 할 때 쓰는 ‘자주’라는 낱말입니다. 그러니까 ‘자주 국방’이라는 데에서도 “내 손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소리입니다. “아이들은 자주적이다”라고 할 때에는 “아이들은 저희 힘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소리예요. 곧, 이러한 뜻 그대로 적으면 되고, 이러한 뜻을 살리면서 여러모로 새롭게 적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 꿈을 이루려고 한다”처럼 쓰면 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꿈을 이루려고 씩씩하게 살아간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손으로 꿈을 이루고파 한다”처럼 쓰면 되지요. 아이들 눈높이가 되어 사랑스럽고 맑게 빛나는 글을 헤아려 봅니다. 4340.8.17.쇠/4346.4.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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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워낙 저희 힘으로 제 꿈을 이루려는 숨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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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660) 자주적 3 : 자주적이고 싶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싶고 자주적이고 싶거든요
《레나/문혜정 옮김-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 125쪽
이 글월은 옮김말이 퍽 어설픕니다. “스스로 하고 싶고”와 “자주적이고”는 같은 뜻 같은 말이거든요. 외국말로 어떻게 되었기에 이처럼 한국말로 옮겼는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하다”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이요, “자주적이다”는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 쓰는 한자말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고 자주적이고 싶거든요
→ 스스로 하고 싶거든요
→ 스스로 씩씩하게 하고 싶거든요
→ 스스로 즐겁게 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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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하게 적으면 돼요. “스스로 하고 싶거든요”처럼. 꾸밈말을 넣어 “스스로 씩씩하게”처럼 적을 수 있어요. “스스로 힘차게”처럼 적거나 “스스로 즐겁게”처럼 적어도 되고, “스스로 아름답게”라든지 “스스로 기운차레”로 적어도 잘 어울려요. 목이 마른 사람은 스스로 우물을 파고, 글을 정갈히 쓰고픈 사람은 스스로 말빛을 밝힙니다. 4346.4.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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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저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고 싶거든요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