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빨래

 


  먼먼 옛날 시골사람들 빨래는 어떠했을까 헤아려 본다. 사진이 한국에 처음 들어올 무렵 사진을 찍던 이들이 ‘여느 시골 여느 살림집’ 빨래를 사진으로 찍은 일이 거의 없을 뿐더러, 무지개빛 사진이 나오고 나서도 무지개빛으로 시골집이나 골목집 빨래를 담아내어 보여준 이가 거의 없으니, 옛날 옛적뿐 아니라 백 해쯤 앞서 살던 사람들 빨래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할 만하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시골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내 빨래를 바라보며 돌이켜본다. 우리 아이들 옷가지를 빨아서 마당에 널어 해바라기를 시키며 곰곰이 생각한다. 먼먼 옛날 시골사람들 빨래빛 얼마나 고왔을까. 먼먼 옛날뿐 아니라, 오늘날 골목동네 골목사람들 빨래결 얼마나 맑을까.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살림집 빨래를 바라볼 적에도 참 곱다고 느낀다. 가끔 도시로 마실을 나가서 골목동네 거닐 때에도 골목집 골목빨래 더없이 예쁘다고 느낀다.


  그래, 빨래빛이란 옷빛일 뿐 아니라 삶빛인걸. 빨래결이란 옷결이면서 삶결인걸. 작은 사람들 작은 살림살이는 자그마한 대로 참 예쁘고, 큰 사람들 큰 살림살이는 또 큰 대로 참 예쁘지.


  아버지가 빨래를 마당에 널어 두니, 아이들이 빨랫대 언저리에서 빨래빛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논다. 그래, 너도 참 예쁘다. 빨래도 예쁘고, 너도 예쁘며, 유채꽃도 예쁘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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