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3) 존재 163 : 이 존재는

 

어린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른과 더불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굳이 설명한다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간단치가 않다. 더구나 문학적 맥락에서 이 존재는 의문투성이 수수께끼처럼 그 속성을 깨닫기 어렵다
《황선미-동화 창작의 즐거움》(사계절,2006) 9쪽

 

  ‘설명(說明)하고’는 ‘이야기하고’로 다듬고, ‘정의(定義)할’은 ‘풀이할’로 다듬습니다. “사회의 일원(一員)으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存在)”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로 손볼 수 있고, “쉬운 듯하면서도 간단(簡單)치가 않다”는 겹말이에요. “‘쉬운’ 듯하다면서 ‘쉽지’ 않다”고 적어야 올바르지요. “문학적(-的) 맥락(脈絡)”은 “문학 흐름”을 뜻할 텐데, 이 자리에서는 ‘문학’이라고만 적을 때가 한결 잘 어울리겠구나 싶어요. ‘의문(疑問)투성이’는 ‘궁금투성이’로 손질하고, ‘속성(屬性)’은 ‘속내’나 ‘속모습’이나 ‘속살’이나 ‘참모습’으로 손질합니다.

 

 이 존재는
→ 이 어린이는
→ 이 아이들은
→ 이들은
 …

 

  보기글에서는 ‘존재’라는 낱말을 두 군데에서 씁니다. 두 군데 모두 ‘어린이’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존재’라는 낱말로 ‘어린이’를 가리키고 싶다면 가리킬 수 있어요. 그런데, 굳이 어린이를 ‘어린이’라 안 쓰고 ‘존재’라는 낱말을 빌어 가리켜야 할는지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쉽게 생각을 나눌 만한데,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글로 어떤 생각을 나눌 만한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어른도 어린이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목숨이고 숨결입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에서는 ‘어린이’라 적어도 되는 한편, ‘사람’이나 ‘목숨’이나 ‘숨결’로 적을 수 있어요. 또는 ‘이들’이라 적어도 잘 어울려요. 문학으로 살피는 자리에서도 어린이는 ‘어린이’라 하면 됩니다. 또는 ‘아이’나 ‘아이들’이라 할 수 있어요. 이 자리에서도 ‘목숨’이나 ‘숨결’이라는 낱말을 넣으며 나타내어도 됩니다.


  생각을 조금 더 기울여 다른 말씨를 찾아봅니다. “이 넋은”이라든지 “이 빛줄기는”처럼 적으면서, 어린이를 고운 넋이나 빛줄기로 여기면서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이 하늘 같은 숨결은”이라든지 “이 아름다운 목숨은”처럼 적어도 되고, “이 작은 목숨붙이는”이나 “이 어여쁜 사랑은”처럼 적어도 돼요. 빗대어 가리키려 한다면, 쉽고 맑으며 고운 한국말을 얼마든지 찾을 만합니다. 4346.4.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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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풀이할 수 있을까. 어른과 더불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굳이 이야기하기란 쉬운 듯하면서도 쉽지가 않다. 더구나 문학에서 어린이는 궁금투성이 수수께끼처럼 속내를 깨닫기 어렵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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