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29

 


재미난 하루를 웃으면서
― 경계의 린네 8
 다카하시 루미코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2.9.25./4500원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2)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다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을 읽을 때마다, 참 재미있고 가볍게 만화를 그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재미있는 삶을 재미있는 만화로 담아 우리한테 나누어 준다고 느낍니다. 삶이란, 삶이라는 낱말 그대로 살아가는 재미로 누리는 나날이라고 새삼스레 느껴요. 재미있는 삶이니 재미있게 누리고, 재미있는 삶인 만큼 언제나 웃음꽃 피우면서 즐깁니다.


- “흐흥, 그래서 쇼마는 왜 애완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영을 노린 거지?” “동물은 점수가 짜거든. 성불 포인트 50점을 채워야 실습이 끝나거든요.” (13쪽)
- “후후후, 가난뱅이 린네는 이 낫으로 악령들을 정화했겠다? 즉, 실력이 아니라 아이템빨이라는 거지! 이 사신의 낫만 있으면 나도.” (23∼24쪽)


  슬퍼서 울 일이 있고, 어처구니없는 짓을 누군가 뒤에서 꿍꿍셈 꾀하는 바람에 골이 아플 일이 있겠지요. 그러나, 하루이틀 지나고 보면, 슬픈 일은 이내 잦아듭니다. 어처구니없다 싶은 못난 짓 저지르는 사람 또한 처음에는 짜증스럽다가도, 며칠 지나고 보면 시나브로 참 불쌍하다 싶고, 이레나 보름쯤 지나고 보면 아무것 아닌 일로 잊습니다. 왜냐하면, 온누리에는 날마다 누리고 또 누리면서 기쁜 이야기 많거든요.


  봄풀 뜯고 봄꽃 바라보며 즐겁습니다. 봄나물 먹고 봄나무 쓰다듬으며 즐겁습니다. 매화나무는 어느덧 꽃잎 하나둘 집니다. 이제 모과나무에 새잎 올라오고 재피나무도 푸른 새잎 틔웁니다. 재피나무 잎사귀 뜯어서 먹으면, 아아 잎사귀조차 화악 하고 올라오네, 하고 느낍니다. 재피 열매 껍데기를 빻아서 가루로 먹는데, 열매 껍데기뿐 아니라 잎사귀도 참말 재피나무로구나 싶어요.


  매화나무 잎사귀를 뜯어서 먹어도 이와 같은 느낌이에요. 참말 매화나무 같은 잎사귀로구나 싶습니다. 모과나무 잎사귀 뜯으면 참말 모과나무로구나 싶고, 뽕나무 푸른 잎사귀를 뜯으면 그야말로 뽕나무로구나 싶습니다. 야들야들 갓 돋은 감나무 잎 뜯어서 먹을 적에도 이렇게 느껴요.

 

 


- “늦었어, 린네 군. 이제 넌 감독소홀로 철저하게 책임추궁을 당할 거다.” “응, 아마도. 벌금을 내게 될 모양이야.” “어라?” “어쩐지 로쿠도가 무지 화난 것 같은데!” (96쪽)
- ‘기분 탓인가? 로쿠도가 영에게 이렇게 냉정한 건 처음인데.’ ‘훗. 확실히 실패한 요리를 얻어 가는 건 바보짓이지! 지금 해야 할 일은 맛있는 닭튀김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지금 린네는 닭튀김에 대한 열망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143쪽)


  살아가기에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살아가는 만큼 나누는 사랑입니다. 만화책 《경계의 린네》는 바로 이 대목을 살며시 건드립니다. 살아가는 즐거움을 넌지시 보여주고, 살아가는 동안 즐거움 누리지 않고 시샘이나 투덜거림으로 가득 채운 나머지, 그만 목숨을 잃고 지구별 어딘가에서 슬픈 넋으로 떠도는 안타까운 이들을 달래어 저승으로 보내는 구실 맡은 ‘린네’가 아주 차분하면서 조용히 삶 빚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만화쟁이 다카하시 루미코 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 자칫 만화 줄거리가 ‘무거워질까’ 싶어, 린네를 가난뱅이 린네로 그립니다. 린네가 짐짓 무게를 잡고 뭔가 한 마디 할라치면, 가난뱅이다운 모습을 슬그머니 들추어 빙그레 웃음짓고 지나가도록 이끕니다.


  그래요, 삶은 즐거움이자 웃음이지요. 삶은 노래이자 꽃이지요.


- “훗. 쉽게 말하지 마. 뭣보다 나는 마미야 사쿠라의 목도리를 받을 예정이.” “아, 그치만 아직 완성도 안 됐고. 이걸로 사건이 해결된다면 나는 딱히.” “처음 목적은 목도리 영을 유인하는 거였걸랑요. 기억나세요? 린네 님.” (179쪽)

 

 


  재미난 하루를 웃으면서 누려요. 하루하루 재미있지 않다고요? 하루하루 즐거움 없어 웃을 일 없다고요? 그러면, 왜 재미가 없지요? 왜 웃음이 안 나지요? 남들 때문인가요? 대통령 때문인가요?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 때문인가요? 툭하면 보도블럭 새로 엎고 새로 까는 공무원들 쇠밥그릇 노닥거림 때문인가요? 언제나 사건과 사고 이야기만 가득하며 이맛살 찌푸리게 하는 신문과 방송 때문인가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때문인가요?


  아이들 바라보셔요. 내 아이를 바라보아도 되고, 이웃 아이를 바라보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없어도 웃어요. 아이들은 플라스틱 장난감 없어도 웃어요. 아이들은 도시에 있는 놀이공원 데려다 주지 않아도 웃어요.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나 청량음료 없어도 웃어요. 아이들은 작은 돌멩이 하나 만지면서도 웃고, 아이들은 어버이가 가만히 안아 주어도 웃어요.


  웃음은 바로 우리 스스로 길어올려요. 웃으며 누리는 삶은 다른 사람 아닌 내가 일구어요. 나 스스로 안 웃으려 하니, 내 삶에 웃음이 없지요. 나 스스로 웃으려 하기에, 내 삶에 웃음이 가득해요. 누구한테나 재미나면서 아름다운 삶입니다. 4346.4.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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