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48) 얄궂은 말투 96 :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각 주 정부와 몇몇 학교 이사회 차원에서 이 부분에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에냐 리겔/송순재-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착한책가게,2012) 244쪽
“각(各) 주 정부”는 “여러 주 정부”로 손보고, “학교 이사회 차원(次元)에서”는 “학교 이사회에서”나 “학교 이사회 테두리에서”로 손봅니다. “이 부분(部分)에”는 “이 대목에”나 “이곳에”로 손질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말 ‘변화(變化)’ 뜻풀이를 찾아보면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이라 나옵니다. 그런데 “바뀌어 달라짐”이란 무엇일까요? ‘바뀌다’나 ‘달라지다’는 모두 “다른 모습이 되다”를 가리키는 한국말입니다. 뜻이 거의 같다 할 두 낱말을 나란히 적는 “바뀌어 달라짐”과 같은 풀이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한국말 ‘바뀌다’나 ‘달라지다’를 스스럼없이 쓰지 못하는 이들이 한자말 ‘변화’를 끌어들입니다. 쉽고 알맞고 바르게 ‘바뀌다’와 ‘달라지다’를 쓰면 될 텐데,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못 쓰면서 ‘변화’ 같은 한자말을 얄궂게 쓰는 한편, 요사이에는 ‘체인지’나 ‘리뉴얼’이나 ‘리모델링’ 같은 영어까지 써요. ‘바꾸다’를 밑바탕으로 삼아 ‘새롭게’와 ‘새로 꾸미다’와 ‘거듭나다’와 ‘다시 태어나다’와 ‘고치다’와 ‘손질하다’ 같은 여러 낱말을 슬기롭게 쓰면 되지만, 참말 한국말을 곱게 쓰는 사람이 나날이 줄어듭니다.
이 부분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 이 대목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
→ 이곳을 바꾸려고 움직였다 (?)
→ 이 대목을 크게 바꾸려 했다
→ 이곳을 크게 바꾸었다
…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변화’에다가 토씨 ‘-의’를 붙이는 바람에 한결 얄궂습니다. 게다가 “움직임이 일었다”처럼 어설픈 번역투를 씁니다. “움직임이 일었다”라든지 “멈춤이 있었다”라든지 “자람이 보였다”라든지 “설렘이 있었다” 같은 말마디는 모두 얄궂은 번역투입니다. “움직인다”, “멈춘다”, “자란다”, “설레다”처럼 적어야 알맞고 올바른 한국말이에요.
그런데, 이 글월을 “바꾸려고 움직였다”로 손질하더라도 아직 어설픕니다. 글꼴을 그대로 두어서는 뜻만 얼핏 헤아릴 뿐, 한국말 틀거리가 살아나지 않아요.
“변화의 움직임”이라 하지만, “바꾸려” 하는 모습이 바로 움직임입니다. 그러니까, ‘움직임’이라는 낱말은 덜어도 돼요. 아니, 덜어야 알맞습니다. “움직임이 일었다”는 올바르지 않은 꼴이기에 ‘움직임’을 덜면 ‘일었다’도 저절로 덜 수 있어요. 곧, ‘바꾸다’ 한 마디만 넣으면 될 자리입니다.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 “이 대목을 크게 바꾸었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또는 “이 대목을 바꾸려는 바람이 불었다”처럼 적을 만합니다. “이곳을 고치려는 모습이 나타났다”처럼 적어 보기도 합니다. 4346.3.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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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여러 주 정부와 몇몇 학교 이사회에서 이 대목을 크게 바꾸려 했다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