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외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0
데미 글.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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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51

 


사람은 굶고, 옷은 배부르다
― 배고픈 외투
 데미 글·그림,유정화 옮김
 비룡소 펴냄,2007.5.16./9500원

 


  겉옷자락은 배가 고픈 나머지 밥을 먹고 술을 마십니다. 터키 옛이야기를 갈무리했다는 데미 님 그림책 《배고픈 외투》(비룡소,2007)를 읽으면서, ‘옷이 얼마나 배가 고프면 밥도 술도 다 먹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참말 그래요.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 옷이 배가 고파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고 옷을 바라보거든요. 사람들은 사람들이 배가 고픈지 부른지 힘든지 즐거운지 어려운지 기쁜지 살피지 않아요. 옷이 배가 고픈지 부른지 힘든지 즐거운지 어려운지 기쁜지 살핍니다.


  호텔에서건 커다란 건물이나 아파트에서건 늘 매한가지입니다. 건물 지킴이는 사람을 보지 않고 옷을 봐요. 건물 지킴이는 옷뿐 아니라 자동차를 봐요. 허름한 옷을 걸친 훌륭한 사람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훌륭한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허름한 옷을 보지요. 그러니까, 옷이 밥을 먹도록 옷한테 밥상을 차려 줍니다. 바보스러운 사람이 멋들어진 옷을 입고 지나간다 하면, 척 거수경례를 붙이면서 멋들어진 옷 다칠세라 알뜰히 건사하려고 해요.


  제아무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군수라 하더라도 허름한 옷을 건물 지킴이한테 건네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곱게 받더라도 뒤에서는 홱 내팽개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가난하거나 이름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값비싸거나 값지다 하는 옷을 건물 지킴이한테 건네 보셔요. 이 값비싸거나 값지다 하는 옷을 홱 내팽개칠 사람은 없어요.

 


.. 부자 친구는 대문을 열고 나스레틴을 보더니 흠칫 놀랐어요. 다른 손님들이 이렇게 초라하고 꾀죄죄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친구로 두고 있다며 자신을 비웃을까 봐 염려되었지요 ..  (12쪽)


  사람은 늘 배고픕니다. 옷은 늘 배부릅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꾸 가난합니다. 배부른 사람은 자꾸 배부릅니다. 정책이나 제도는 가난한 사람들 고픈 배를 달래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공사비에서 뒷돈을 챙기거나 빼돌린다든지, 이런 사업 저런 공사 꾀하면서 검은돈을 주고받기 일쑤입니다. 그토록 빼어나다 하는 현대 문명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착한 마음 잃거나 참다운 사랑 없는 사람이 매우 많아요.


.. 나스레틴은 포도나무 잎사귀로 말아서 튀긴 생선과 구운 가지를 집어 들더니 외투 자락을 열어젖히며 말했지요. “먹어, 외투야, 먹어라!” ..  (26쪽)

 


  생각해 보면 쉽게 실타래를 풀 수 있습니다. 오늘날 여느 살림집에서 여느 어버이부터 아이들한테 착한 삶과 참다운 넋과 아름다운 꿈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어느 학교에서도 아이들한테 착한 몸가짐과 참다운 눈길과 아름다운 매무새를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아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영어바람일 뿐 아니라, 입시바람만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큰도시에 남아 이름높은 대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는 큰도시이든 작은도시이든, 아무튼 시골을 떠나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시골에서 흙 만지며 씩씩하게 살림 일구겠다는 젊은이를 북돋우는 시골 군 단위 지자체는 없습니다.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가려는 젊은이한테 온갖 장학금을 주지만, 막상 시골에서 흙 만지며 ‘자립 독립 자수성가’ 하겠다는 젊은이한테 땅을 사주거나 낫과 쟁기를 사주거나 유기농 교육 옳고 슬기롭게 시키는 제도도 정책도 없어요.


  도시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텃밭 일구기를 안 합니다. 시골 학교에서도 아이들한테 텃밭 일구기를 안 시킵니다. 도시 학교 아이들이나 시골 학교 아이들이나 ‘유기농 급식’을 먹어야 하는 줄 뻔히 안다고 말하지만, 정작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유기농이 무엇인가 가르치지 않을 뿐더러, 학교 스스로 너른 운동장 한켠에서 밭 한 자락 돌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앞으로도 사람은 배고프고 옷만 배부른 얼거리로 굳을까요. 이 나라 아이들은 바보스러운 어른을 일깨우며 사람은 어깨동무하고 옷은 즐겁게 입되 겉차림으로 속마음 가르지 않는 맑고 똑바른 길을 걸어갈까요. 4346.3.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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