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책을 새로 읽기

 


  책은 종이책만 책이 아니기에 언제나 책을 읽습니다. 연필을 쥐어야만 쓰는 글이 아니고, 글로 써야만 남는 이야기가 아니며, 책으로 담아야만 삶이 아닙니다. 삶은 모두 책이고, 이야기는 모두 글이며, 글은 모두 생각입니다. 아이들하고 부대끼는 하루란 육아책 수십 수백 권 읽는 일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아이들하고 놀거나 노래부르는 삶이란 교육책 수백 수천 권 읽는 일하고 똑같습니다.


  어느 분께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고 말씀했습니다만, 종이책을 하루라도 안 읽으면 가시가 돋치지 않아요. 삶을 슬기롭게 깨닫거나 깨우치면서 사랑을 따사롭게 보듬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삶이 삶이라는 뜻입니다.


  봄에 봄을 느끼지 못하면 ‘봄을 다루는 책’을 수십 권 읽는들 덧없습니다. 겨울에 겨울을 누리지 못하면 ‘겨울을 보여주는 책’을 수백 권 읽는들 부질없습니다.


  내 코앞에 있는 작은 꽃그릇 풀잎을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숲속 나무와 풀밭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늘 마시는 바람을 살갗으로 느끼며 아낄 수 있을 때에, 정갈한 시골숲 들바람을 느끼며 아낄 수 있습니다. 내 살붙이와 이웃과 동무를 좋아하며 보살필 수 있을 때에, 낯선 사람이나 낯모르는 이웃과 멀디먼 나라 누군가를 좋아하며 보살필 수 있어요.


  밥 한 그릇 먹으며 배부르는 기쁨을 알기에, 배고픈 이웃한테 밥 한 그릇 내밀 수 있어요. 아픈 내 몸이 얼마나 아픈가를 알기에, 아픈 이웃한테 맑은 눈빛으로 밝은 이야기 건넬 수 있어요.


  종이로 빚은 책만 읽을 적에는, 국회의사당 테두리에서 안 벗어나는 정치꾼하고 똑같이 됩니다. 종이로 묶은 책에만 빠질 적에는, 서울 테두리에서 안 벗어나는 신문쟁이 잡지쟁이 방송쟁이하고 똑같이 됩니다. 종이로 엮은 책으로만 온누리를 바라볼 적에는, 쇠밥그릇 두들기는 바보와 똑같이 됩니다. 내 삶이 어떤 빛깔이고 무늬이며 결인가를 느낄 때에 책을 읽습니다. 내 삶빛을 나누고 싶기에 책을 읽습니다. 내 삶무늬를 보듬고 싶기에 책을 읽습니다. 내 삶결을 빛내고 싶기에 책을 읽습니다.


  누구나 날마다 책을 새로 읽습니다. 누구나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합니다. 누구나 날마다 책을 새로 사귑니다. 누구나 날마다 새로운 마음 되어 새로운 이야기 길어올립니다. 4346.3.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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