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36 : 붉게 충혈된

 


토마토의 눈들이 붉게 충혈됐다 토마토들처럼 그의 머리칼에서도 상한 냄새가 흘러내렸다
《이경임-부드러운 감옥》(문학과지성사,1998) 79쪽

 

  “토마토의 눈들이”는 “토마토 눈들이”로 다듬고, “그의 머리칼에서도”는 “그이 머리칼에서도”나 “그 사람 머리칼에서도”나 “이녁 머리칼에서도”로 다듬습니다. 토씨 ‘-의’는 굳이 안 붙여도 됩니다. 문학에서건 여느 자리에서건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상(傷)한’은 ‘썩은’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충혈(充血)’은 “몸의 일정한 부분에 동맥피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쉽게 적바림한다면 “피가 몰림”, 또는 “피 몰림”이라 적을 만한데, “피몰리다” 같은 한국말을 새로 지어서 써도 어울리겠구나 싶어요.

 

 눈들이 붉게 충혈됐다
→ 눈들이 붉게 피가 몰렸다 (?)
→ 눈들이 붉어졌다
→ 눈들이 붉다
 …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 “붉게 충혈됐다”를 뜻에 알맞게 “붉게 피가 몰렸다”로 손질하고 보면, 어딘가 얄궂습니다. 어설퍼요.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니, 피는 붉은 빛이고, 피가 몰린다고 하면 더 붉은 빛깔이 되기 때문이로구나 싶습니다. 곧, “피가 몰렸다”이든 “충혈됐다”이든 “붉어진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눈들이 붉어졌다”라든지 “눈들이 붉다”라고만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6.3.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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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눈들이 붉다 토마토들처럼 그이 머리칼에서도 썩은 냄새가 흘러내렸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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