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까 책읽기
사건과 사고로 넘치는 신문과 방송을 자꾸 읽거나 보면, 사람들은 그런 사건과 사고에 길들고 만다. 사건과 사고 다루는 신문과 방송 이야기에 한숨을 쉬며 이웃을 안타까이 여기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며 찾지 못한다.
사건과 사고 이야기에 길들면, 밥상머리에서든 술자리에서든 이런 이야기를 자꾸 떠들고 만다. 곧, 스스로 아름다움하고 멀어진다.
사건과 사고를 말하는 내 입술은 파르르 떨린다. 갑갑하고 답답한 이야기를 하니까.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내 입술은 사르르 웃는다. 즐겁고 기쁜 웃음꽃을 노래하니까.
한 사람 태어나 몇 살까지 살아갈까. 나는 모른다. 이백 살 살고프면 참말 이백 살 살 테고, 오백 살 살고프면 참말 오백 살 살아갈 텐데, 오늘날 사람들은 백 살이니 여든 살이니 하는 숫자에 얽매인다. 그러니 다들 백 살이나 여든 살 언저리에 죽는다.
아무튼, 죽든 살든 그리 대수롭지 않은데, 여든 살에 죽는다 치면, 여든 살까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몇 권쯤 될까. 여든 살까지 읽을 책을 헤아릴 때에 어떤 책을 읽어야 내 삶이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 여든 살까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마음을 쓰거나 사랑을 쏟을까.
사건과 사고 이야기를 여든 살까지 줄기차게 담을 생각인가? 아니면,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여든 살 백 살 이백 살 오백 살까지 활짝 웃으면서 나눌 생각인가? 4346.3.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