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29] 풀지기
山野草, 野生草, 山草, 野草는 모두 중국말이거나 일본말입니다. 한국말이 아니요, 한국말일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낱말은 몽땅 한말사전에 실려요. 그러면, 한국말은 무엇일까요? 네, 한국말은 ‘풀’입니다. 이래도 풀이고 저래도 풀입니다. 굳이 가르자면, ‘들풀’이고 ‘멧풀’입니다. ‘들멧풀’이나 ‘메들풀’처럼 써도 되겠지요. 그러나, 예부터 한겨레는 그저 ‘풀’이라 했어요. 들에서 나든 멧골에서 나든 풀은 ‘풀’입니다. 풀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자라는데 사람이 먹는 풀은 ‘나물’이라고 다른 이름을 붙여요. 풀 가운데 사람이 씨앗을 받아 밭에 따로 심으면 ‘남새’라고 새 이름을 붙여요. 나물과 남새를 아울러 ‘푸성귀’라고 하지요. 간추리자면, 사람이 심든 들과 멧골에서 얻든, 사람이 먹는 풀은 ‘푸성귀’인 셈입니다. 옛날사람은 누구나 시골사람이었고 흙사람이자 들사람이었어요. 옛날 옛적에는 누구나 땅을 손수 일구고 갈아서 먹을거리를 얻었어요. 그러니, 누구나 흙에서 일하기에 흙사람이고, 누구나 들에서 일하기에 들사람입니다. 누구나 흙을 만지는 삶터를 누리니 시골사람이고요. 곧, 풀씨를 받아 풀을 먹던 옛사람입니다. 풀을 즐기고 누리며 먹으니, ‘풀먹기’나 ‘남새먹기’라 할 테고, 옛사람은 누구나 풀을 잘 알고 건사하며 지켰기에 ‘풀지기’나 ‘남새지기’라 할 만합니다. 요즈음은 ‘야생초 전문가’라느니 ‘산야초 전문가’라고들 하지만, 옛사람은 풀지기에 남새지기에 흙지기에 시골지기에 삶지기였습니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