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돌보던 일꾼
몸이 여려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지 못하지만, 몸이 받치는 대로 틈틈이 헌책방 한켠에 앉거나 서거나 기대어 책지기 노릇을 나누어 받던 분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여름에 여린 몸을 흙에 내려놓고 다른 누리로 가셨습니다. 처음 헌책방 사진을 찍던 때에는 사진에 안 찍히기를 바라셨지만, 우리 집 큰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큰아이와 어울리는 모습’이 내 사진에 곧잘 담겼습니다. 흙으로 돌아간 지 일곱 달이 지났고, 곧 한 해가 됩니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과 디지털로 찍은 사진을 샅샅이 훑으니, 예전에 찍기만 하고 찾아 놓지 않은 여러 모습이 드러납니다. 책방에 즐겁게 깃들어 즐겁게 손길을 놀릴 적에는 즐겁게 웃고 일하며 쉴 수 있겠지요. 즐겁게 웃고 일하며 쉬는 사람 곁에서 책을 살피고 아이들과 책방마실을 하기에, 나도 즐겁게 웃고 생각하는 사진 하나 얻을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고운 마음은 한결같이 고이 이어지고, 어여쁜 넋은 오래도록 어여삐 이어갈 테지요. 4346.2.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