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 1
미타니 토모코 지음, 신카이 마코토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19

 


사랑을 먹을 때에 사랑을 낳는다
― 별을 쫓는 아이 1
 신카이 마코토 글,미타니 토모코 그림,이연희 옮김
 AK 커뮤니케이션즈,2013.1.20./7000원

 


  깊디깊은 땅밑나라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책 《별을 쫓는 아이》 첫째 권을 읽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님과 미타니 토모코 님이 빚은 이 만화책에 나오는 땅밑나라는 꿈과 같은 나라일는지, 아니면 참말 있는 나라일는지, 어쩌면 조용히 사라진 나라일는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아마 오늘날 지구별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나라일 수 있습니다. 막상 있으나, 요즈음 사람들 바빠맞은 삶으로는 하나도 못 알아채는 나라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오늘날 지구별 사람들은 낮하늘에 뜬 해조차 볼 겨를 없어요. 해가 있는지 없는지 생각조차 안 하며 한 주 한 달 한 해를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으리라 느껴요. 요즈음 도시사람이나 시골사람 모두 밤하늘에 뜬 별조차 살필 틈 없어요. 별이 뜨는지 지는지 생각조차 없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살아가는 사람이 무척 많으리라 느껴요.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해와 달과 별을 가르치지 않아요. 과학 수업 때에 이런 지식 저런 정보로 다루기는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해를 누리고 달과 별을 즐기는 삶이 되도록 이끌지 못해요. 어쩔 수 없는지 모르나, 학교에서 교사 노릇 하는 분들부터 해와 달과 별을 몰라요. 교과서에 깃든 지식만큼은 알 테지만, 햇살이 들판과 숲과 바다를 어떻게 살찌우는지 슬기롭게 아는 교사는 몇쯤 될까요. 교과서에 안 단긴 이야기로, 그러니까 햇볕이 풀과 꽃과 나무를 어떻게 북돋우면서 지구별을 푸르게 빛내는가 하는 대목을 올바로 깨우치는 교사는 얼마쯤 될까요.


- “지상의 별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어? 죽은 사람은 ‘별’이 되어서 우리들을 지켜 준대. 나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서 부모님을 찾고 싶어.” (18쪽)
- ‘이 돌과 라디오는 아빠의 보물이란다. 그러니까 아스나가 계속 소중하게 간직해 줬으면 해.’ ‘그럼 아빠가 가지고 있으면 좋을 텐데.’ (40쪽)


  모든 별은 돕니다. 스스로 돌고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돕니다. 지구별은 해가 한복판에 있는 태양계에 있다는데, 태양계도 스스로 돌면서 더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돌아요. 태양계가 깃든 은하계도 스스로 돌고, 태양계 깃든 은하계도 더욱 큰 테두리를 그리며 돌아요.


  사람 몸속을 들여다봐요. 사람 몸뚱이는 세포로 이루어집니다. 세포는 더 작은 것으로 이루어지고, 더 작은 것은 더욱 작은 것으로 이루어지며, 더욱 작은 것 속에는 또 훨씬 작은 것들로 새로운 것이 얼기설기 있습니다. 별과 우주는 커다란 누리라면, 세포 하나를 이루는 작은 것들은 또 다른 새롭게 자그마한 누리입니다.


- “여, 여기는 나만의 장소인걸. 무슨 일이 있어도, 오고 싶었으니까 온 거야.” (89쪽)
- “모리사키 선생님이 아스나에 대해 물어 보길래 말해 줬거든. 집에 대해서, 집안일은 거의 아스나가 하니까, 큰일이라든가. 멋대로 이야기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사과할 거면 애초에 말 안 했으면 좋았잖아!” (96∼97쪽)


  밥을 먹으면 밥이 내 몸으로 깃들어 나하고 하나가 됩니다. 밥을 먹은 사람은 밥냄새 나는 똥을 눕니다. 풀을 먹으면 풀이 내 몸으로 스며들어 나하고 하나가 됩니다. 풀을 먹은 사람은 풀냄새 나는 똥을 눕니다. 세겹살이나 불고기를 먹으면 세겹살이나 불고기가 내 몸으로 젖어들어 나하고 하나가 돼요. 세겹살이나 불고기를 먹은 뒤에는 이런 먹을거리 냄새가 나는 똥을 누어요.


  아름다운 생각 깃든 책을 읽은 사람은 마음밭에 아름다운 생각이 자랍니다. 사건과 사고 소식으로 가득한 신문이나 방송을 자꾸 들여다보는 사람 마음밭에는 자꾸만 사건과 사고 소식이 그득그득 들어찹니다. 대학입시라는 지옥 같은 굴레에 갇힌 채 시험문제 외우기에 허덕이는 아이들은 이녁 마음밭에 자꾸 시험문제만 차곡차곡 쌓아요.


  오늘날 우리 사회 어른이나 아이들 마음밭에 사랑이나 꿈이나 믿음이 자라지 못하는 까닭을,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얼마나 깨우칠까요. 오늘날 어른들은 스스로 갖가지 사건과 사고와 정치와 경제와 연예인과 스포츠 정보조각을 끝없이 채워요. 사랑이나 꿈이나 믿음을 담지 않아요. 오늘날 아이들 또한 ‘서울에 있는 더 이름난 대학교’에 가야 한다며 시험문제만 달달 외우며 마음밭에도 시험문제만 자꾸 쌓아요. 사랑도 꿈도 믿음도 스며들지 않아요.


  주식시세표 먹은 어른은 주식시세표 이야기 아니면 스스로 빚어내지 못합니다. 시험문제 먹은 아이는 시험문제 이야기 아니면 스스로 이루어내지 못합니다.


  사랑을 먹은 아이가 사랑씨앗 심어 사랑열매 내놓고 사랑꽃 피울 수 있어요. 꿈을 마신 아이가 꿈씨앗 심어 꿈열매 내놓고 꿈꽃 피울 수 있어요.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려 하나요.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아름다울까요. 신문은 어떤 모습일 때에 참다운 신문 구실을 할까요. 방송과 인터넷은 어떤 이야기를 실어 보여주어야 비로소 참다운 방송과 인터넷 노릇을 할까요.


- ‘머나먼 나라에 사는 누군가의 마음이 그대로 노래가 된 것 같은.’ (105쪽)
- “언젠가 아스나가 그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망설이게 되었을 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113쪽)


  만화책 《별을 쫓는 아이》에는 별을 쫓는 아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별 아닌 권력이나 꿍꿍이셈을 쫓는 어른이 나옵니다. 사랑을 찾는 아이가 나오고, 사랑 없이 눈먼 욕심을 찾는 어른이 나옵니다.


  우리 지구별은 어떤 보금자리일까요. 우리들 살아가는 이 나라는 어떤 터전일까요. 한국땅 남녘자락 고흥은 어떤 시골일까요. 한국에서 아주 커다란 도시인 서울은 어떤 곳일까요.


  사랑을 먹을 때에 사랑을 낳습니다. 미움을 먹으면 미움을 낳습니다. 욕심을 먹으면 욕심을 낳고, 이야기꽃 먹으면 이야기꽃 낳아요. 어떻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어떤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습니까.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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