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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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26

 


사진빛은 늘 마음속에 있다
― 물의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사진·글,양억관 옮김
 나무심는사람 펴냄,2003.9.30.

 


  사진으로 찍어서 나눌 모습은 늘 곁에 있습니다. 어떤 시골마을 아이를 찾아나서면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골목동네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두멧나라 두멧시골 아이를 찾아내면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이야기는 늘 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 집 아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줄 안다면, 우리 집 아이를 담은 사진으로도 넉넉히 사진빛을 이룹니다. 이웃 아이를 담은 사진으로도, 우리 마을 아이를 담은 사진으로도, 내 마음속에서 피어날 이야기를 가뿐히 나눌 수 있어요.


  내 마음속 사진빛을 느끼지 못하면, 이웃 아이를 바라보건 시골마을 아이를 마주하건 골목동네 아이를 만나건 두멧나라 두멧시골 아이를 들여다보건, 어떠한 사진도 얻지 못합니다. 이때에는 그럴듯한 작품만 빚습니다.


  그럴듯하게 빚은 모습을 놓고 사진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럴듯하게 꾸민 모습을 놓고 그림이라 말하지 않고, 글이라 말하지 않아요.


  루벤스나 피카소를 똑같이 베낄 때에도 그림이라 말하지 않아요. 이때에는 ‘복제품’이라 말합니다. 멋들어지게 그리거나 그럴듯하게 그렸으나, 그림 하나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그림이지만, 이야기 없이 눈가림에 그치거든요. 눈가림은 눈가림이요, 복제품은 복제품입니다. 겉치레는 겉치레요 손재주는 손재주입니다.


  어떤 기교를 부리면 기교입니다. 기교를 부리는 시는 시가 아닌 기교입니다. 기교를 부리는 사진은 사진이 아닌 기교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을 때에 비로소 시라 하고, 사진이라 하며, 문학이 되고, 노래가 돼요.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건사하지 못하면 시도 사진도 문학도 노래도 못 됩니다.


  에모토 마사루 님이 물방울 결정을 사진으로 담아 들려주는 이야기책 《물의 메시지》(나무심는사람,2003)를 읽습니다. 에모토 마사루 님은 “만일 일본민족과 한민족이 싸워야 할 사태가 벌어졌을 때 우리 자식들은 과연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요. 그때 나는 맹세했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리라고(9쪽).”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에모토 마사루 님 사진은 에모토 마사루 님 생각을 드러냅니다. 스스로 이루고픈 일을 사진 하나로 담고, 스스로 살아내고픈 모습을 사진 하나로 빚습니다.


  “순수한 샘물 결정의 촬영은 참으로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처참한 모습만 드러내는 수돗물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강물은 식물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기르며 평야로 흘러들어 상류에서 가져온 영양분을 내려놓습니다. 매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대부분은 강물의 혜택을 받아 성장한 것입니다(15쪽).” 하는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물마다 결정이 다르듯, 물마다 맛이 다릅니다. 물마다 결정이 다른 모양이요 생김새이며 무늬이듯, 물마다 내음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며 숨결이 달라요.


  물 한 잔 받아서 마음속 사랑을 고이 들려주면 물방울 결정은 곱게 거듭납니다. 물 한 잔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함부로 굴리면 물방울 결정은 아무렇게나 망가집니다.


  깊은 두멧시골에서 길어올린 물이어야 아름다운 결정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깊은 두멧시골에서 길어올렸다 하지만, 내 마음이 엉망이거나 어수선하다면, 물방울 결정도 그만 엉망이 되거나 어수선하게 뒤틀려요. 내 마음이 따스할 때에 우리 아이들한테 따스한 말을 건네고, 내 마음이 차가울 때에 우리 아이들한테 차가운 말을 건넵니다. 나한테서 태어난 따스한 말은 아이들을 거치고 여러 사람을 거치며 차츰 더 따스한 기운을 뽐냅니다. 나한테서 자라난 차가운 말은 아이들을 거치고 여러 사람을 거치며 자꾸 더 차가운 기운이 짙습니다. 곧, 내 마음자리에 따라 물무늬와 물빛이 바뀌어요. 물은 스스로 맑거나 곱게 빛나기도 하지만, 내 마음결에 따라 한결 맑거나 슬프게 맑을 수 있고, 한껏 곱거나 안쓰러이 고울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에모토 마사루 님은 “이 결정이 보다 크고 힘찬 모습의 결정으로 변할 수는 없을까요? 그 열쇠는 아마도 당신의 마음일 것입니다(29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물방울 결정이 오롯이 아름답지 못한 까닭은 바로 내 마음 때문이거든요. 물방울 결정이 오롯이 아름답다면 바로 내 마음 때문이에요. 내 사진이 오롯이 아름답지 못하면, 사진 솜씨가 모자라거나 사진 장비가 뒤떨어지기 때문이 아니에요. 내 마음이 모자라거나 내 사랑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내 마음을 따스히 살찌울 수 있은 다음 사진기를 쥘 노릇입니다. 나는 바로 내 사랑부터 곱게 여미면서 사진기를 붙잡을 노릇입니다.


  마음이 따스하지 않으면서 겉보기에 그럴듯하게 꾸민다면, 작품으로서는 남다르다 싶을 수 있겠지만,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이나 해맑음을 나누지 못해요. 마음이 따스하면서 사진길을 걸어가면, 처음에는 사진 솜씨가 모자라거나 어설플 수 있지만, 솜씨란 차츰 익숙해지면서 거듭납니다. 처음에는 투박하거나 거친 사진이라 하지만, 따스하거나 보드라운 마음이 깃들 때에는, 사진읽기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 활짝 웃을 수 있어요.


  에모토 마사루 님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음식이나 식물 속에 포함된 물이 음악이나 말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사람이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고 힘을 되찾는다면, 사람 몸속의 물이 변화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던 것입니다(60쪽).”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이 대목을 곰곰이 되씹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새롭게 보인다거나 예쁘게 보인다면, 왜 새롭게 보이거나 예쁘게 보일까요. 내가 찍은 사진이 틀에 박혀 보이거나 따분해 보인다면, 왜 틀에 박혀 보이거나 따분해 보일까요.

  우리는 어떤 짝꿍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가요. 우리는 어떤 짝꿍하고 어떤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나라 어떤 누리를 물려주고 싶은가요.


  짐승을 귀엽게 여기며 보살피는 사람은 온갖 사랑을 듬뿍 나누어 줍니다. 짐승한테 막말을 일삼거나 막짓을 퍼붓지 않아요. 사진을 어여삐 여기며 보듬는 사람은 온갖 사랑을 듬뿍 담아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서툰 사진쟁이나 풋내기 사진쟁이 작품이라서 깎아내린다든지 얕잡지 않습니다. 삶을 삶대로 바라보고, 사랑을 사랑대로 마주하며, 사진을 사진대로 즐깁니다.


  에모토 마사루 님은 물방울 결정을 사진으로 찍으며, 참으로 깊은 한 가지를 스스로 묻습니다. “우리 눈으로 봐도 참 아름다운 사진인데요, 과연 물도 우리와 같은 느낌이었을까요(105쪽)?”


  자, 다 함께 생각해 보아요. 내가 바라보며 아름답다 느끼는 사진을 내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도 아름답다 느끼며 바라볼까요. 내가 아름답다 느끼는 풀잎을 내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도 아름답게 맞아들일까요. 내가 아름답다 느끼는 햇살이나 무지개나 구름이나 별빛을 내 이웃이나 동무나 살붙이도 아름답게 마주할까요.


  사진빛은 늘 마음속에 있습니다. 사랑빛은 언제나 마음밭에 있습니다. 삶빛은 한결같이 마음자리에 있습니다.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사진을 느낍니다. 마음을 아낄 수 있으면 사진을 아낍니다. 마음을 북돋울 수 있으면 사진을 북돋웁니다. 마음을 포근히 얼싸안으면 사진을 포근히 얼싸안습니다. 마음이 삶이요 삶이 마음입니다. 삶은 사진이고 사진은 삶입니다. 곧, 마음이 사진이요 사진이 마음입니다. 4346.2.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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