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49) 가운데 2 : 언급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다룬 내용에서 여러 주제를 언급하는 가운데 이미 드러나기는 했지만
《에냐 리겔/송순재-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착한책가게,2012) 244쪽
‘지금(只今)까지’는 ‘이제까지’나 ‘여기까지’나 ‘여태까지’로 다듬고, ‘내용(內容)’은 ‘이야기’나 ‘줄거리’로 다듬으며, ‘언급(言及)하는’은 ‘말하는’이나 ‘다루는’으로 다듬습니다. ‘주제(主題)’ 같은 낱말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글흐름을 살피면 살짝 덜어도 돼요. 또는, “여러 주제”라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라고 할 적에 한결 알맞구나 싶어요.
그런데, 이 보기글은 글짜임이 퍽 엉성합니다. 어딘가 겹말 내음이 나기도 하고, 군더더기 같은 말투가 드러납니다. 이 낱말 저 말투 모두 아울러서 “여기까지 여러 가지를 다루며 이미 드러나기도 했지만”이라든지 “여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다루며 이미 드러나기도 했지만”처럼 단출하게 손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한 다음 ‘가운데’를 살펴봅니다.
언급하는 가운데
→ 말하는 동안
→ 다루는 사이
→ 살필 적에
→ 살펴보면서
…
글흐름을 통째로 손볼 때에는 시나브로 사라지는 ‘가운데’입니다. 따로 이 말투를 넣지 않아도 됩니다. ‘가운데’라는 말투가 엉뚱하게 나타난 자리만 살핀다면, “말하는 동안”이나 “이야기하는 동안”처럼 다듬으면 됩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일본을 거쳐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투가 처음 깃들던 때에는 “言及하는 中에”처럼 글을 쓰던 지식인이고, 나중에는 글꼴만 한글로 고쳐 “언급하는 중에”처럼 글을 쓰던 지식인이에요. 이제는 ‘중’을 뜻새김만 한국말로 바꾸어 “언급하는 가운데”처럼 적는 지식인입니다.
‘가운데’는 틀림없이 한국말입니다. 한국말이지요. 그렇지만, 이 자리처럼 쓸 때에는 한국 말투가 아니에요. “-고 있다”에 나타나는 ‘있다’도 한국말이지만, “-고 있다” 꼴을 쓰면 한국 말투 아닌 영어 현재진행형을 일본사람이 옮겨적은 말투를 한국사람이 엉터리로 끌어들인 말투이듯, ‘가운데’라는 낱말을 넣는 말투도 한국 말투하고 동떨어집니다. 4346.2.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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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다룬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를 말하며 이미 드러나기는 했지만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