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창고

 


  요즈음에는 ‘창고’라는 낱말을 쓰지만, 지난날에는 모두 ‘헛간’이라는 낱말을 썼다. 아마 요즈음은 헛간이라 할 수 없는지 모르나, 짐이나 허드렛것을 놓아 헛간이었다.


  지난날 집은 모두 흙집이요 나무기둥이요 돌을 주춧돌 삼았다. 흙과 나무와 돌, 여기에 짚을 들여 지은 집이었다. 헛간도 집하고 똑같이 지었다. 헛간이래서 다른 것을 끌어들여 짓지 않았다.


  오늘날 집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몽땅 시멘트와 쇠붙이로 올린다. 오늘날 창고 또한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으레 시멘트와 쇠붙이로 올린다. 지난날 집과 헛간은 숲이랑 멧골이랑 들하고 살가이 어울렸다면, 오늘날 집과 헛간은 숲하고도 멧골하고도 들하고도 하나도 안 어울린다. 생뚱맞은 것이 멀뚱하니 놓인다. 뜬금없는 것이 뜨내기처럼 선다.


  옛날 사람들은 집을 짓건 헛간을 짓건 무엇을 짓건, 서로 어우러지는 흐름과 결과 무늬와 빛을 살폈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살필까.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문득 책이 떠오른다. 오늘날 책을 짓는 사람들은 책에 깃드는 이야기가 이 지구별에 얼마나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오늘날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녁 넋뿐 아니라 이웃 넋에 얼마나 곱게 스며들려고 책을 펼칠까. 생뚱맞은 책이 멀뚱하게 태어나지 않는가. 뜬금없는 책을 뜨내기처럼 쥐어들고는 내 밥그릇 테두리에서 맴도는 책읽기에 갇히지 않는가. 434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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