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냄새 책읽기
설날을 앞두고 우리 식구 먹을거리를 장만하려고 읍내에 나가는 길,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어머니와 있고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저잣거리 마실을 나간다. 아버지 손을 잡고 신나게 뛰는 큰아이는 버스 타는 곳 둘레에서 이리 달리고 저리 기웃거리면서 논다. 길바닥에 구르는 돌을 주워 도랑에 휙 던지기도 하고, 마늘밭 풀잎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이윽고 군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가 가까이 다가오며 설 즈음, 갑자기 큰아이는 코를 손으로 감싸쥐면서 “으, 버스냄새! 버스냄새 싫어.” 하고 말한다.
문득 나도 느낀다. 아니, 큰아이가 코를 손으로 감싸쥘 즈음 나도 버스에서 기름 타는 냄새를 느꼈다. 그런데, 큰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냥 지나쳤을 냄새였구나 싶다.
큰아이는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기차를 타든, 전철을 타든, 배를 타든, 언제나 코를 감싸쥔다. 냄새가 난다며 “아우, 냄새!” 하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나도 이것을 타든 저것을 타든 냄새를 느낀다. 오늘날 문명사회 탈거리는 모두 기름을 태워서 움직이고, 기름을 태워서 움직이는 만큼 차 안팎에 기름 타는 냄새가 난다. 전철이라면 기름 타는 냄새는 안 난다 할 텐데, 다른 끔찍한 냄새가 아주 많다. 전기 무시무시하게 먹는 냄새, 쇳바퀴 긁으며 나는 냄새, 쇳덩이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차몸뚱이에서 피어나는 냄새 …….
택시를 타든 자가용을 얻어 타든, 또 짐차를 타든, 참 냄새 때문에 고단하다. 겨울이라 하더라도 창문을 열며 바람을 갈고 싶다. 바깥바람을 쇠면서 어질어질한 머리를 쉬고 싶다. 군내버스가 정갈한 시골길을 달리더라도 버스 안팎에는 기름 타는 냄새가 흐르니 머리가 아프다. 이른봄이나 늦가을에는 에어컨을 안 켜기에 이때에는 창문을 열며 바람을 쐬니 시원하지만, 한여름에는 군내버스도 으레 에어컨을 켜니까, 기름 타는 냄새에 에어컨 바람 냄새가 섞여 아주 골이 띵하다.
도시사람은 참말 어떻게 견디나. 나도 도시에서 나고 자라며 퍽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았는데, 나는 참말 도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 식구가 정갈한 두멧시골에서 살고, 군내버스조차 거의 안 타고 사는 일이란, 서로서로 얼마나 숨결을 지키는 일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434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