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2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10

 


밥을 나눠 먹기
― 동물의 왕국 2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2011.8.25./4200원

 


  맑은 별빛 쏟아집니다. 저 먼 곳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은 누구한테나 빛줄기 곱게 나누어 줍니다. 다만, 별빛을 누리는 마을 있으나, 별빛이 스미지 못하는 마을 있습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마을 있고, 별빛이 흐리멍덩한 마을 있어요.


  환한 햇볕 흐드러집니다. 가깝지 않은 퍽 먼 데에서 비추는 해인데, 해는 어느 곳에나 빛살 따사롭게 나누어 줍니다. 그러나, 햇볕 누리는 마을 있는 한편, 햇볕 스미지 못하는 마을 있어요. 햇볕 즐겁게 쬐는 마을이 있지만, 햇볕을 가로막는 마을 있어요.


- “타로, 우리 함께 봄을 맞자.” (7쪽)
- “그렇게 배가 고프다면, 엄마와 마을 사람들한테 부탁해 볼게. 이제 곧 봄이니까.” (19쪽)


  밥을 먹습니다. 서로 즐겁게 밥을 먹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누릴 밥을 차립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차리는 밥을 먹습니다. 이웃이 나들이를 오면 이웃하고 밥을 나누어 먹습니다. 동무가 찾아오면 동무하고 밥을 나누어 먹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배부릅니다. 서로 밥술 주고받으며 서로 넉넉합니다.


  혼자 밥을 먹으면 혼자 배부르겠지요. 혼자 밥술 뜬다면 혼자 넉넉하겠지요.


  참말 혼자 별빛을 누린다든지, 홀로 햇볕 누린다면, 혼자 즐겁고 홀로 좋겠지요. 그런데, 혼자 배가 부르면, 혼자 넉넉하면, 혼자 즐거우면, 혼자 좋으면, 그야말로 어떤 삶일까요. 어떤 아름다움이 드리우는 삶일까요.


- “아니, 쿠로카기 울음소린 역시 못 알아듣겠어. 하지만 몸짓, 손짓에, 타로 널 구하고 싶은 마음만은 하나다 보니.” (32쪽)
- “타로랑 있으면 난 늘 기쁜 일뿐이야.” (37쪽)

 

 


  멧새가 노래합니다. 멧새는 멧기슭에서 살아가며 들판으로도 내려오고 마을로도 내려옵니다. 들새가 노래합니다. 들새는 들판에서 살아가며 멧자락을 넘나들고 마을을 지나갑니다.


  멧새는 언제부터 고운 목소리를 사람들한테 두루 나누어 주는 삶을 누렸을까요. 들새는 언제부터 맑은 목청을 뽑아 예쁜 노래를 사람들하고 골고루 나누는 삶을 이었을까요.


  사람은 멧새와 들새랑 어떻게 어울리는 숨결일까요. 오늘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사람과 이웃’인 새를 어떻게 생각하거나 바라보거나 맞이할까요.


- “엄마, 그 남은 물고기 말이야. 지난번 그 늑대에게 나눠 주면 안 돼?” (55쪽)
- “애송이, 난 ‘이거’면 된다. 여태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애송이, 지크에겐, 이 아이에겐 너의 세계를 보여주지 않겠냐?” (91∼93쪽)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굵직한 네 갈래 물줄기를 시멘트로 뒤덮는 일을 저지릅니다. 이동안 시골자락 조그마한 도랑과 시내까지 시멘트로 뒤덮는 일을 나란히 저지릅니다. 온누리 골골샅샅 시멘트투성이입니다. 온누리 골골샅샅 가재가 자취를 감추고 물고기가 보금자리를 잃습니다.


  사람들은 댐에 물을 가두어 물관 따로 이어 수도물을 마십니다. 빗물을 먹고 시냇물을 뜨며 우물물 긷던 삶이 사라집니다. 물 한 그릇 정갈히 모시며 사랑하던 삶이 잊힙니다. 물이 깨끗할 수 있도록 삶이 깨끗하던 흐름이 없어집니다. 물과 목숨과 바람과 숨결을 슬기롭게 얽던 이야기 흐릿흐릿 잃습니다.


  물빛이 흐리면 사람살이는 어떻게 될까요. 햇빛이 먼지띠에 막히면 삶터는 어떻게 될까요. 말빛이 거칠면 지구별은 어떻게 될까요. 넋빛이 지식과 정보로 가득 차면 ‘사람하고 이웃한’ 목숨은 어떻게 될까요.


- “괜찮아. 나도 아빠, 엄마가 잡아먹혔거든. 그래서 그런지 이 아이를 모른 척할 수가 없어.” (134쪽)
- “응. 사실은 좋은 걸 찾았어. 이게 잘 될진 아직 모르겠지만, 나, 이것(씨앗)부터 시작해 볼 거야.” (183쪽)


  라이쿠 마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1) 둘째 권을 읽습니다. 한겨울에 접어들어 먹이가 동이 나며 괴로운 ‘작고 여린 숲속 벗’들이 나옵니다. 풀 먹는 짐승도 한겨울에 괴롭고, 고기 먹는 짐승도 한겨울에 괴롭습니다. 언제쯤 봄이 찾아올까요. 언제쯤 온 들판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 꽃이 피고 열매가 익을까요.


  그런데, 봄이 온다 한들, 고기 먹는 짐승은 다른 짐승을 잡아먹을밖에 없습니다. 고기 먹는 짐승은 언제부터 고기 먹는 짐승으로 살았나요. 사람은 언제부터 왜 고기를 먹었나요. 왜 어느 짐승은 풀과 열매 아닌 고기를 먹으며 이녁 숨결을 이으려 했을까요.


  풀을 먹는 짐승과 고기를 먹는 짐승은, 서로 밥을 나눌 수 있을까요. 풀짐승과 고기짐승은 서로 삶을 나눌 수 있을까요. 풀짐승과 고기짐승은 숲속에서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함께 밝힐 수 있을까요. 오늘날 한국땅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웃으로 느끼면서 밥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는 하루를 누릴 수 있을까요. 4346.1.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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