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나무

 


  도시를 짓고자, 사람들은 숲을 민다. 도시를 지으며, 사람들은 나무 한 그루 없이 메마른 곳에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에, 아직 도시로 짓지 않은 시골을 찾아가서 나무를 파낸다. 그러고는 도시에 새로 나무를 박는다.


  도시에서는 나무를 심지 않고, 나무씨앗을 뿌리지 않으며, 나무가 씨앗을 떨굴 적에 씨앗이 깃들어 자랄 빈 흙땅이 없다. 도시는 ‘나무박기’를 한다. 시골에서 예쁘게 자라던 나무를 함부로 파내어 찻길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줄줄이 나무박기를 한다. 뿌리뽑힌 채 고향을 잃어야 하는 나무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먹으며 시름시름 앓는다. 해마다 공무원들은 나뭇가지를 뭉텅뭉텅 자른다. 핑계를 대기론, 전봇대 전깃줄 건드린다며 나뭇가지를 베지만, 나무는 전깃줄을 안 건드린다. 괜히 사람들 스스로 나무를 괴롭히려고 할 뿐이다.


  도시로 와야 하는 나무들은 밤에 잠들지 못한다. 밤이면 밤마다 찻길을 환하게 비추려고 등불을 켜니까, 나무는 답답해서 잠들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무 옆에 담배를 버리고 쓰레기를 버린다. 가게 일꾼은 나뭇줄기에 못을 박아 걸개천을 걸기도 하고, 운동한다며 이녁 등판을 나뭇줄기에 쿵쿵 때리기도 한다.


  나무는 천 해나 이천 해쯤 살아가는데, 때로는 오천 해나 만 해를 살아가는데, 고향인 시골을 빼앗기며 도시 한복판 아스팔트 찻길 가장자리로 박히며 줄기가 자꾸자꾸 뭉텅뭉텅 잘리는 나무는 서른 해조차 살기 힘들다. 왜냐하면, 도시는 끝없이 재개발을 하기에, 이제 서른 해쯤 산 나무들은 새삼스레 밑둥을 잘리며 죽어야 한다.


  여섯 살 큰아이가 도시나무를 보다가 살살 줄기를 쓰다듬는 모습을 떠올린다. 나 또한 큰아이처럼 도시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살살 줄기를 쓰다듬곤 한다. 아프지? 힘들지? 고단하지? 그래도 너는 봄이 되면 이곳에서도 푸른 잎사귀 내놓고, 가을이면 곱게 물든 나뭇잎 흩뿌리는구나. 나무야, 나무야, 사랑도 이야기도 꿈도 모두 곱게 자라는 나무야. 사람들은 언제쯤 도시짓기를 멈추면서 삶짓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스스로 삶짓기를 하지 못하는 오늘날, 너는 이 가녀리고 딱한 사람들한테 싱그러운 그늘을 베풀려고, 아픈 몸 달래며 씩씩하게 새 가지를 뻗고 새 잎사귀로 노래를 하니?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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