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메리의 특별한 행동
에밀리 피어슨 지음, 후미 코사카 그림, 황은주 옮김 / 세상모든책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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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38

 


작은 사랑
― 평범한 메리의 특별한 행동
 후미 코사카 그림,에밀리 피어슨 글,황은주 옮김
 세상모든책 펴냄,2004.12.10./9500원

 


  따스한 겨울 아침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식구들 살아가는 전남 고흥만 따스하고, 다른 시골이나 도시는 춥디추울는지 모릅니다. 얼마 앞서 인천과 부산과 청주와 서울을 다녀왔더니, 인천도 부산도 청주도 서울도 참 시린 바람 불고 매서운 추위입니다. 길마다 눈이 아직 안 녹아 얼음으로 바뀌고,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포근한 기운을 느끼기 힘듭니다.


.. 어느 날이었어요. 메리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고 있었지요. 길가에 아주 향기롭고 먹음직스러운 블루베리가 자라고 있는 거예요. “와, 정말 맛있겠다!” ..  (7쪽)


  나는 내 보금자리 깃든 시골을 좋아합니다. 이곳을 좋아하기에 아침마다 좋은 생각으로 잠을 깹니다. 겨우내 새벽 멧새 노랫소리를 못 듣기에, 언제쯤 날이 포근히 풀리며, 멧새들 새벽나절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립니다. 크고작은 새들이 우리 집 둘레를 기쁘게 날아다니며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언제부터 흐드러질까 하고 기다립니다.


  따순 봄이 가까우면 멧새가 노래할 테고, 따사로운 봄이 무르익으면 풀벌레도 노래할 테며, 따뜻한 봄이 한껏 피어나면 개구리도 하나둘 깨어나며 노래하겠지요.


  새와 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할 적에는 아이들도 저희 목소리를 곱게 뽑아 나란히 노래합니다. 그러면, 어른인 나도 아이들 곁에서 함께 노래를 합니다.


  어느 아이들 노래에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새도록” 하고 나오는데, 듣는 사람이 없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우리 시골마을에는 우리 식구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시골마을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흙을 지키면서 개구리 노래를 듣고 풀벌레 노래를 들으며 멧새 노래를 듣거든요.

 


.. 조셉 할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이 기쁨을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14쪽)


  모두들 고운 노래를 부르고, 밝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이 같은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습니다. 저마다 고운 이야기를 속삭이고, 밝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이러한 삶은 얼마나 어여쁠까 싶습니다.


  노래가 있기에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모내기 하면서, 나물 뜯으면서, 설거지 하면서, 빨래 주무르면서, 갓난쟁이 젖 물리면서, 아이들 몸 씻기면서, 밥을 차려 함께 먹으면서, 또 아이들과 마실을 다니면서, 언제나 신나게 노래하는 우리 삶은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이야기가 있기에 어여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이요, 두런두런 이야기잔치요, 속닥속닥 이야기마당이며, 소근소근 이야기누리입니다. 이야기동무를 사귑니다. 이야기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이야기꾸러미를 펼칩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책입니다.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꿈입니다. 이야기 한 자락은 이야기사랑으로 피어나고, 이야기 한 타래는 이야기씨앗으로 퍼집니다.


  옛날 옛적에는 옛날 옛적 한아비가 이야기 빚어 물려줍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나 스스로 삶을 즐거이 일구면서 ‘오늘 새 이야기’를 빚어 새롭게 물려줍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이야기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자라며 이야기가 깊어집니다. 저녁에 달맞이 별맞이를 하자니, 여섯 살 큰아이가 문득 외칩니다. “아버지, 나무가 춤춰!” 옳거니, 겨울날 차가운 이 바람이 나무를 춤추게 한단 말이지! 네 이야기 참 곱구나. 나무도 네 이야기 듣고 좋아하겠는걸.

 


.. 서로에게 조그만 도움을 준 것뿐인데,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어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  (30쪽)


  후미 코사카 님 그림과 에밀리 피어슨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평범한 메리의 특별한 행동》(세상모든책,2004)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메리’라고 하는 아이가 수수한 여느 아이일는지, 남다르게 돋보이는 아이일는지 모릅니다. 다만, 이 아이는 블루베리가 길가에서 자라는 시골에서 살아가는군요. 도시에서라면 길가에 능금이나 포도나 배나 귤이나 감이 자랄 일이 없을 테니까요. 도시 어느 곳 길가에 들딸기가 자라겠어요.


  ‘메리’라고 하는 아이는 스스로 예쁜 삶터에서 예쁜 하루를 누립니다. 그러니,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블루베리를 보고, 스스로 참 맛있겠다 생각하며, 맛있는 들열매이니까 혼자 먹지 않고 이웃하고 나눕니다. 곧, 이웃하고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은 늘 작아요. 내가 내미는 손길은 늘 작아요. 그런데, 이 작은 사랑이 지구별을 포근하게 감쌉니다. 작기 때문에, 작은 사랑이 지구별을 따사로이 돌봅니다.


  내가 100억 1000억 부자가 되어야 지구별 따사로이 어루만질 일을 할 수 있지 않아요. 내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더라도, 맑은 목소리를 뽑아 노래 한 가락 즐길 때에, 비로소 지구별이 따사롭게 춤춥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돈이 없어요. 이른바, 재벌집 아이들이 아니라면 돈을 모르겠지요. 곧, 세 살 아이들이 마당을 뛰놀며 노래하는 소리에 들판 풀과 나무가 춤을 춥니다. 여섯 살 아이들이 논둑 밭둑 거닐며 노래하는 소리에 들새와 멧새가 춤을 춥니다. 사랑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바로 내 가슴에서 샘솟습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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