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고르기

 


  아이들하고 읽을 그림책을 고르는 일은 즐거우면서 고단합니다. 온누리 아름다이 밝히는 그림책을 어버이로서 마주하는 일이란 몹시 즐겁습니다. 나는 어버이 자리에 있지 않던 예전부터 그림책이 참 좋다고 느꼈어요. 아이들한테 읽히는 책이 그림책이라기보다, 누구한테나 아름다운 삶을 일깨우는 어여쁜 책이 그림책이라고 느껴요. 그런데, 어여쁜 그림책이라 하지만, 섣불리 빚은 그림책을 만나야 하면 고단합니다. 그림은 예쁘장하지만 여러모로 아귀가 안 맞는다든지 어설프다든지 ‘삶을 제대로 안 살피거나 안 겪은 채’ 겉으로 그리는 그림책은 달갑지 않아요. 참말, 그림 솜씨나 재주가 뛰어나도록 그려야 하는 그림책은 아니에요. 알맞고 바른 그림결을 건사하면서 홀가분하고 따사롭게 그릴 수 있는 그림책이면 돼요. 대학교나 나라밖에서 ‘그림(일러스트)’을 배운 이들이 그림책을 곧잘 그리는데, 이를테면 ‘사람몸 비율(인체 비율)’이 어긋난다든지, 여느 삶자락을 잘못 옮긴다든지, 사진으로 찍어서 그리느라 막상 어느 모습을 어떻게 살릴 때에 빛나는가 하는 대목을 놓친다든지, 자꾸자꾸 아쉽다고 느껴요. 한겨레 옛삶을 되살리려 애쓰는 그림책을 볼 때면 이런저런 대목이 눈에 걸립니다. 척 보아도 사진자료 많이 들추며 그린 그림이로구나 싶은 그림책이 많아요. 이럴 때에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차라리 사진으로 찍어 사진책으로 보여줄 때가 낫겠다’ 싶어요. 그림책을 그리는 까닭은 따로 있거든요. 사진처럼 그리거나 사진만 보고 그린다면 그림책이 아니에요. 이런 책은 그림책이 아니라 ‘기록자료를 그림으로 옮겼을’ 뿐이에요. 왜 아이들한테 사진책 보여주기를 꺼릴까요. 그림으로 그려야 더 낱낱이 또렷이 보여줄 수 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꼼꼼하게 그린 그림이 사진보다 한결 낫지 않아요.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우리 어른들 마음과 넋과 생각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져요.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따사로운 사랑과 꿈과 믿음을 실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책 하나로 태어나 아이들한테 선물로 건넬 수 있어요. 어떤 지식이나 정보나 자료나 역사나 문화나 예술이라는 이름을 섣불리 붙이지 말아요. 무엇보다, 그림책 그리는 그림쟁이 스스로 ‘살지 않는’ 이야기는 되도록 안 그리기를 빌어요. 도시 아파트에서 살아가며 ‘시골 나무집이나 흙집’ 이야기를 그릴 적에는 그림에 나오는 모습이 번드레레하거나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숨결 깃드는 집’다운 모습이 샘솟지 못해요.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야지요. 스스로 살아가지 않고 ‘전통을 살려서 아이들한테 가르치자’는 뜻이 되어서는 그림책이 그림책답지 않아요. ‘학습교재’나 ‘학습도구’가 되고 말아요.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 누구나 즐거이 누리는 이야기책이에요. 그림책을 ‘학습 보조 교재·도구’로 여기지 않기를 빌어요. 그림책을 사랑 어린 이야기책이며 꿈 담은 이야기꽃으로 느낄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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