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지나는 저녁

 


  어릴 적부터 동짓날이 지나면 ‘겨울이 다 지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동짓날까지 저녁이 짧아지지만, 동짓날부터 다시 저녁이 길어지니까. 소한이 지나고 대한도 지나야 겨울이 가신달 수 있지만, 나는 동짓날 지나며 저녁이 짧아지는 모습을 보며 ‘히유, 이제 겨울이 한풀 꺾이며 따순 봄을 기다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겨울은 추위이다. 겨울에는 추워야 제맛이다. 그런데, 겨울 어귀에 들어설 적에는 1도 1도 내려가는 날씨에 따라서 오들오들 춥지만, 막상 겨울 한복판이 되면 제법 온도가 내려가도 덜 춥다. 가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 때에는 조금만 온도가 내려가도 춥네 싶지만, 정작 겨울 한복판에 들어서면 온도가 꽤 내려가야 비로소 춥네 하고 느낀다. 그래서 나로서는 동짓날이 가장 춥고, 동짓날 지나면 그저 ‘겨울이네.’ 하고 받아들인다.


  다섯 시를 넘고 여섯 시가 되어야 비로소 새까맣게 어두운 빛을 본다. 하늘 참 까맣다. 하늘이 까만 만큼 별이 잘 보인다. 하늘이 까맣기에 우리 시골집이 한결 포근하고, 시골집이 한결 포근하니까, 아이들 복닥거리는 저녁나절 우리 살림살이 여러모로 맛깔스럽다. 아이들아, 이제 자야지? 즐겁게 잠들자. 4346.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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