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이웃 님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ㄷㅇㅇ 님 글을 '반대'하는 글이 아니라, '신문도 방송도 안 보면서, 늘 내 삶에서 이야기 찾는 내 모습'을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웃으면서 읽어 주시기를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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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소식 안 듣는 책읽기

 


  문득 돌아보니, 나는 1994년부터 ‘텔레비전(방송) 보기’를 싹 끊었다. 수험생이던 고등학생 때에는 텔레비전 켤 겨를이 없어 텔레비전을 못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해가 1991년이고, 중학교 1학년이던 해가 1988년이니, 이런 얼거리를 따지면, 내가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이야기(뉴스)를 안 들여다본 지는 스물여섯 해가 되는구나 싶다. 2013년이 되면 서른아홉 살 되는 내 나이를 따지자면, 나는 꼭 열세 살 되던 해까지만 텔레비전에 기대어 삶을 읽었다고 할 만하지 싶다.


  지난 스물여섯 해 동안 텔레비전을 곁에 안 두며 살아왔으나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 모르는 채 살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연속극을 모르고 한국영화를 모르며, 이런저런 배우나 익살꾼이나 가수를 모르는데다가, 정치꾼 이름을 모른다. 운동선수 이름을 잘 모르고, 사건·사고를 잘 모르며, 널리 알려지는 책이나 사람 이름을 모른다. 그러면, 내 삶은 어둡거나 까맣거나 텅 비었을까. 아니다. 내가 방송에 기대지 않는 만큼, 내 삶은 내 넋을 북돋우며 이루어진다. 나 스스로 내 눈빛을 밝히면서 사람들을 마주한다. 나 스스로 내 이야기를 찾고, 내 손으로 내 길을 일군다.


  방송에는 언제나 정치꾼 이야기와 사건·사고 이야기를 첫머리로 올린다. 주식시세표를 보여주고 경제성장율을 말한다. 그런데, 나로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는 조금도 ‘새이야기(뉴스)’가 될 만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왜 정치꾼 이야기를 듣거나 알아야 하지? 왜 사건·사고를 알아야 하지? 왜 주식시세나 운동경기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연예인 뒷이야기를 왜 캐고 다녀야 하지?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라며 살아가는 마을에서 내 이웃 생각을 귀기울여 듣고, 서로 얼굴 마주하면서 이야기꽃 피우는 삶이 즐겁다. 이웃마을에 어떤 일이 터졌다 할 적에, 내가 스스로 이웃마을로 찾아가서 어떤 일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느끼면 된다.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온 이야기를 텔레비전을 켜서 들어야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천 콜트’ 이야기가 방송이나 신문에 얼마나 낱낱이 제대로 나올까? 방송이나 신문에서 ‘인천 콜트’ 이야기를 어느 만큼 자주 슬기롭게 다루었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내가 ‘인천 콜트 사람들’한테 스스로 찾아가서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깊거나 넓은 이야기를 방송이나 신문에서 들을 수 없다고 느낀다.


  방송은 시청율에 스스로 목을 맨다. 신문은 구독율에 스스로 목을 맨다. 그런데 말이다, 시청율이 높으면 무엇이 달라지지? 구독율이 높으면 무엇이 나아지지? 200백만 구독자가 있어야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50만 구독자가 있어야 세상을 고치지 않는다. 시골마을 500 구독자가 있더라도 세상을 바꾸거나 고친다. 아니, 아직 어떤 방송과 신문도, 이 나라 시골마을 흙일꾼이 ‘비료와 농약을 버리는’ ‘참농사’로 돌아가도록 이끌거나 북돋우지 못한다.


  보기를 들자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들 무엇하는가. 자, 4대강사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야 아름다울까.


  내가 찾아야 할 목소리는 내 삶을 밝히는 목소리라고 느낀다. 스스로 아름다울 때에 아름다움이다. 텔레비전 켤 틈이 있으면 내 아이들을 바라보아야지 싶다. 신문을 펼칠 겨를이 있으면 내 늙은 어버이들을 마주해야지 싶다. 서로 빙그레 웃으며 마주해야지 싶다. 들을 보고 멧골을 보며 바다를 보아야지 싶다. 바람내음을 느낄 줄 알고, 흙내음과 풀내음을 알아볼 수 있어야지 싶다.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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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2-29 10:53   좋아요 0 | URL
우선 제가 마음 상할까봐 맘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저는 함께살기님처럼 살아갈 자신도 없고, 가치관도 다르지만,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소신과 가치관을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항상 대단하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너무 무섭고 잔인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건 책도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건 제 개인의 생각이랍니다. 그에 비해 소소한 일상 삶은 훨씬 다정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네, 부대끼면서, 느끼면서, 맡으면서, 바라보며, 만지면서 사는 삶....
그것이 자신의 삶을 밝히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라는데 공감합니다. ^^

숲노래 2012-12-29 11:04   좋아요 0 | URL
책은... 스스로 걸러내서 읽을 수 있어요. 책에도 잔인한 책 많지만, 저희는 그런 책은 아예 안 보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이제 소설은 안 읽어요 ^^;;; 그래도, 읽어야 할 소설책은 '아직 안 읽더'라도 꾸준히 사 두어요.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좋은 마음이 바로 '책'이고 '신문'이며 '글'이 된다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