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틈
작은아이는 왼쪽에 누여 팔베개를 하고, 큰아이는 오른쪽에 누여 팔베개를 한다. 자장노래를 부른다. 두 아이는 저마다 아버지 쪽으로 돌아눕는다. 내 몸 누인 자리가 차츰 좁아진다. 그러나 나는 두 아이 품을 느껴, 겨울날 한결 따스하다. 여름날이라면? 아마 꽤나 더울 테지.
노랫가락이 깜깜한 잠자리에 흐르고, 보름달은 대청마루로 보얀 빛을 흩뿌린다. 아이들 틈에서 자면 좁다. 아이들은 좁은 칸에서 함께 자면 서로 복닥이느라 빠듯하다. 그러나, 좁은 칸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잠을 자니, 한결 따스하며 좋다. 먼먼 옛날, 식구들 훨씬 많던 지난날, 풀로 지붕을 잇고 흙으로 벽과 바닥을 빚어 지내는 조그마한 집 조그마한 칸에 숱한 식구 다닥다닥 붙어 잠을 자던 삶이란 서로서로 얼마나 살가우며 좋은 나날이었나 하고 그림을 그린다. 한겨레는 참말 자그마한 집 자그마한 칸에서 사랑을 꽃피웠다. 널따란 궁궐 커다란 기와집이란 덧없다. 살을 부비지 못하는 궁궐이랑 자장노래 나누지 못하는 기와집이라 하면,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보람을 누릴 수 있을까.
역사는 궁궐 아닌 시골마을 작은 집에 있다. 문화는 기와집 지식인 아닌 흙집 아이들한테 있다. 4345.12.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