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이야기 두 번째.

토종씨앗을 생각하는 이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빈다.

인터넷 <고흥뉴스>에 띄운 글을 옮긴다.

 

http://www.gh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887

 

 

아이들이 거둔 곡식으로 지은 떡

― 고흥여성농업인센터 ‘토종 종자 이야기’ 두 번째 자리

 

 

  2012년 12월 22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복지회관 2층 강당에서, 아침 10부터 낮 다섯 시까지 ‘씨드림 잔치’가 있었다. 〈우리가 꿈꾸는 마을 황새울〉이라는 이름으로, 장흥 용산초등학교와 장흥 장흥고등학교 학생들이 ‘마을논살이’ 활동을 했고, 이 활동을 마무리지으면서 학생들이 텃논에서 손수 지은 곡식으로 떡을 지어 나누는 한편, 장흥에서 ‘남도 토종자원 연구보존회’ 일을 하는 이영동 님이 〈우리 종자 토종씨앗 한마당〉을 나란히 열었다.

 

   
▲ 〈우리가 꿈꾸는 마을 황새울〉과 〈우리 종자 토종씨앗 한마당〉 행사가, 장흥군 용산면 복지회관 2층에서 열렸다.
   
▲ 행사장 모습.
   
▲ 행사장 모습.


  〈우리가 꿈꾸는 마을 황새울〉은 장흥교육희망연대에서 주관하고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에서 후원한 활동으로, 장흥 용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텃논에서 논생물을 살피고 논흙을 만지면서 ‘마을논살이’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고흥이나 장흥 아이들은 모두 시골아이라 하지만, 정작 학교수업과 입시교육에 매여 바로 곁에 있는 논밭에서 어떤 일을 하고 논밭에서 어떤 생물이 살아가는지를 도시아이보다 더 모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용산초등학교 어린이만 이 활동을 했으나, 나중에 장흥고등학교 ‘E.S.C.환경동아리’ 푸름이가 함께했고, 장흥 지역 청소년이 스스로 마을논에서 봄과 여름과 가을을 누린 이야기를 사진과 떡잔치로 보여준다.


  용산초등학교 교사 이기호 님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이야기한다. “지난 1년, 우리 아이들한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농촌 아이들이 농사를 안다고 할 수가 없거든요. 직접 모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지역 고등학교 환경동아리와 합류해서, 유기논에서는 생물이 더 많을 텐데, 그냥 관행논에서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관행논에서 농약 쓰면 생물에 얼마나 피해가 가는가를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았어요. 미생물·농작물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채집한 생물을 살펴본 다음 누군가 버리려 하니, ‘야, 논에 가져다주어야지’ 하며 소중히 여기더라고요. 작은 곤충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걸 봤습니다. 친환경농업 홍보보다, 생명의 소중함 느끼게 하는 데에 뜻이 있었어요. 김매기도 하고 추수도 하고, 홀테로 훑어 보기도 했는데, 먹는 것·생명·환경 들을 많이 체득하지 않았느냐 생각해요. 참 행복한 한 해였어요.”

   
▲ 장흥 학생들이 텃논에서 보낸 모습을 사진으로 하나하나 보여준다.
   
▲ 행사장에서.
   
▲ 씨앗 모습.


  다음으로, 토종 씨앗을 알뜰히 건사하는 이영동 님이 이야기를 잇는다. “농촌이 산업화되어, 돈벌이 안 되니까 토종은 안 거두게 되었지요. 우리 바른 먹거리와 토종 종자 보급이 아주 시급해요. 이것은 우리 선조들의 귀중한 유산이에요. 저는 도시 광주 2개월 서울 6개월, 스물네 살에 딱 여섯 달 살아 봤는데, 고향 생각이 나고 고구마·옥수수·감자·밀죽 생각이 나서 도무지 못 견디겠어요. 어머니 돌아가셔서 시골로 돌아오니, 마루에 어머니가 이듬해에 심으려고 갈무리한 씨앗이 20가지가 나왔어요. 그 뒤로 이 씨를 버릴 수 없겠다 싶어, 지금 150가지 씨앗을 심어서 길러요. 오늘은 40가지 남짓 내놓았는데, 재래시장에 가거나 하며 구하기도 해요. 한번은 보성시장에 가는데 어느 할머니가 뻥튀기를 하려고 콩을 가져왔어요. 거기서 슬쩍 두 알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어요. 한 번 심어 보려고요. 그런데 두 알 심어서는 안 될 수 있어요. 다시 두 알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내 손을 탁 치면서, 남이 장사하는데 이러면 되겠느냐 해서 얼굴이 빨개진 적 있어요 …… 일반 농사꾼들은 토종 씨앗을 받아서 가져가도 잘 안 심고, 심어 봐도 잘 안 된다고 해서, 씨앗을 나눠 줘도 없어지기만 하고 이어지지 못해요. 그런데 귀농인들은 돈을 덜 바라보니까, 토종 씨앗을 받아서 해 줘요. 저도 일반농사 하면서 씨를 보호하려고 조금만 하는데, 집에다가 화분을 놓고 하나하나 따로따로 심어서 이름표를 붙이면서 하기도 하거든요. 최근 들어 토종 종자에 관심 가져 주는 분이 많으니 뿌듯해요. 지역마다 종자가 다르니까, 지역에 맞는 종자를 심으면 잘 돼요. 저는 해남·강진·영암 이 근방에서 모은 지 한 30년 됩니다 …… 토종 종자는 왜 지켜야 하는가. 첫째, 바른 먹거리. 둘째, 선조 유산. 셋째, 전통 향수. 유전자 변형 콩이 우리 세대에게 아직 영향을 안 준다고 하지만, 우리 후세에게 어떤 기형을 줄는지 모릅니다. 자연교배는 기형을 낳지 않아요. 자연교배로 이어온 씨앗은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쥐이빨옥수수 이름 얼마나 재미있어요. 참 쥐이빨처럼 생겼어요. 내가 붙인 이름이 아니에요. 자연적으로 예부터 나온 이름이고요. 청양고추가 몬산토로 넘어갔습니다. 토종이지만 우리한테 주권이 없어 로열티를 줘야 한답니다. 종자전쟁이 일어나요. 우리 것이면서 주장을 못하고, 그 사람들한테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몬산토 씨앗이 부대에서 떨어져 어느 분 땅에서 자랐는데, 몬산토에서 이분을 고발했대요. 그래서 피해보상을 해야 했대요. 자기가 몬산토 씨앗을 사다 심은 것도 아니고, 트럭에서 씨앗이 떨어져서 자랐어도 로열티를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받아 가요. 우리 학생들은 이 토종 씨앗이 우리 미래인 줄 느끼며 스스로 주인이 되기를 빌어요.”


  이영동 님은 토종 씨앗을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 “씨앗을 받아서 심을 때에는, 제일 먼저 나온 것을 남기세요. 가지도. 그렇게 하고 그 다음 것을 건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자 채종이 어려워요. 알고 보면, 두 번째 열리는 열매가 가장 좋아요.”

   
▲ 씨앗을 통에 담아 이름표를 붙이기도 한다.
   
▲ 학생들은 한 해 동안 즐거이 놀면서 논에서 지냈고, 마무리 행사를 벌인다.
   
▲ 씨앗을 나누어 받은 다음 하나하나 이름을 적는다.


  이영동 님은 토종 씨앗을 어떻게 지키는가 하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영문이라는 분이 남해 섬으로 들어갔어요. 고추 토종 지키려면 다른 꽃가루를 받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 까닭이 있어요. 토종 고추도 비료 하면 안 돼요. 옥수수도. 비료 안 해야 해요. 비료 하면 키만 많이 커요. 그런데 토종은 달라요. 왕성하게 잘 자라서 제초제도 필요없어요. 얼른 자라 주위를 장악해요. 비료나 농약을 치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토종 씨앗이 아닌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 씨앗을 사다 심으면, 이들 씨앗은 다시 씨앗을 받아 심어서 거두지도 못하지만, 굵기나 모양은 언뜻 살피기에 그럴듯하다지만, 비료와 풀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한다. 비료와 풀약으로 땅이 망가지면, 정작 누구한테 도움이 될까. 땅을 살리면서 우리 몸에 좋은 씨앗을 심어서 나누면, 참말 누구한테 즐거운 삶이 될까.


  어릴 적부터 흙을 일구던 이영문 님은 다른 이야기도 한 가지 들려준다. “옛날엔 쟁기로 갈아서 겉흙을 살짝만 갈았는데, 지금은 로터리로 해서 깊게 갈고 비료를 주니까, 쌀도 다 쓰러져요. 토종 씨앗이라 해서 무조건 로터리 쳐서 갖다 심는 게 아니라, 씨에 맞춰서 심어야 해요. 일반 종자처럼 하지 말고. 배게 심어도 안 돼요. 콩은 울타리 곁에 심어요. 울타리 타고 올라가면, 씨앗을 심고도 안 잊어버려요. 들깨도 그렇게 하며 잎사귀 따먹어야 재미를 느끼지. 콩은 서로 교배가 안 돼요. 곁에 있어도 자기 것으로만 자라요.

   
▲ 씨앗을 담는 손.
   
▲ 씨앗을 작은 봉투에 담아 가져가도록 나누어 준다.
   
▲ 씨앗을 담는 손.


  용산초등학교 이기호 선생님과 농사꾼 이영동 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고흥에서도 고흥교육지원청에서 이 같은 활동을 마련해 고흥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아름다운 고흥 시골 텃논과 텃밭’을 느끼도록 하면 아주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고흥군청에서는 고흥군 아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대학생이 되도록 이끄는 데에만 마음을 기울이지 말고, 고흥군 아이들이 고흥 시골마을을 사랑하며 아낄 수 있는 길을 찾아, 오래오래 어여쁘고 싱그러운 들과 바다와 숲을 가꾸는 사랑을 일깨우는 정책을 마련하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한다. 문화란, 교육이란, 정책이란, 모두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즐겁게 누리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 아이들이 나뭇가지로 만든 작품도 나란히.
   
▲ 일본에서 쓰는 예쁜 엽서도 보여준다.
   
▲ 전시된 씨앗을 살펴본다.
   
▲ 이영동 님.
   
▲ 오른쪽 두 번째에, 용산초등학교 이기호 선생님.
   
▲ 장흥고등학교 환경동아리 푸름이들.
   
▲ 예쁜 아이들 예쁜 사진.
   
▲ 아이들이 텃논에서 거둔 곡식으로 지은 떡.
   
▲ 고흥 아이들도 텃논에서 곡식을 거두어, 마을이웃하고 떡잔치를 할 수 있는 날을 2013년에는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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