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차리는 마음
내가 먹을 밥을 차리려고 밥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옆지기와 아이들이 함께 먹을 밥을 차리고 보면, 바로 이 밥이란 내가 먹을 밥입니다. 옆지기와 아이들이 맛나게 먹기를 바라며 밥을 차리고 보면, 바로 이 밥이란 내가 맛나게 먹을 밥입니다.
내가 스스로 맛나게 먹자고 생각하며 밥을 차리면, 이 밥은 새삼스레 옆지기와 아이들이 맛나게 먹을 밥입니다. 내 온 사랑과 꿈을 실어 스스로 즐거이 누릴 밥을 지으면, 바로 이 밥은 온식구 흐뭇하게 웃으며 누릴 밥이 됩니다.
함께 밥을 먹는 삶이란 참 즐겁구나 하고 느낍니다. 한솥밥 먹는 살붙이란 참 어여쁜 사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서로 밥그릇을 나누기에 예부터 싸움이나 미움이란 낱말조차 모르면서, 다 함께 두레랑 품앗이랑 울력을 할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서로 밥그릇을 안 나누거나 못 나누는 나머지, 자꾸 싸움이나 미움 같은 낱말이 쓰이고, 때로는 따돌림이나 괴롭힘이나 들볶음 같은 낱말마저 불거지는구나 싶습니다.
사랑하려 할 때에 사랑이 깃들며 먹는 밥입니다. 아끼려 할 때에 아끼는 손길이 살포시 담기며 나누는 밥입니다. 우리 밥 같이 먹어요. 우리 땀 같이 흘려요. 우리 이 숲길 거닐며 즐겁게 웃도 놀아요. 4345.12.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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