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으로 온 글쓰기

 


  갑작스레 고흥에서 인천까지 날 듯 찾아온다. 옆지기 여동생 시집잔치에 찾아가려고 일산으로 마실을 하며 이레를 보낸 뒤, 장인어른이 우리 식구를 일산부터 고흥까지 눈길을 열 시간 달려 데려다주었는데, 장인어른이 고흥에서 닷새를 묵고 일산으로 돌아가셔야 하는 길이라, 먼길 홀로 가시면 힘드리라 여긴 옆지기가 나더러 서울이나 인천에 볼일을 만들라 해서 바지런히 머리를 굴려 ‘그래 맞아, 내 사진기가 망가졌지? 사진가 맡기러 가자! 게다가 형을 본 지 오래되었잖아. 형 얼굴도 보러 가자!’ 하고 볼일을 만든다. 그러고는 바삐 짐을 꾸려 장인어른과 짐차에 타고 고흥부터 인천까지 여섯 시간을 달린다.


  눈이 걷힌 길이기에 여섯 시간만에 고흥서 인천까지 닿는다. 장인어른은 인천서 일산으로 삼십 분만 달리면 된다. 나는 인천에 닿아 여러 어른들한테 들러 인사를 하고, 신포동 닭집 어른한테는 튀김닭 한 마리를 선물로 얻어 송월동 형네 집으로 찾아온다. 형은 오븐을 집에 들여 빵을 굽는다. 빵이 될는지 과자가 될는지 모르지만, 나는 오븐을 장만해서 무언가 굽는다는 생각까지 해 보지 못했는데, 우리 형은 혼자 살림을 꾸리면서 이것저것 재미나게 즐기는구나.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해 보았을까. 아이들은 옆지기랑 시골집에서 알콩달콩 복닥이면서 재미난 하루를 누리다가 새근새근 잠들려나.


  모두들 사랑스러운 저녁을 맞이하면서 어여쁜 밤을 고요히 잠들 수 있기를 빈다. 나도 형도 옆지기도 아이들도 인천 이웃님들도, 또 시골과 서울서 살아가는 이 땅 모든 사람들도. 4345.1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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