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마을의 빵집 웅진 세계그림책 142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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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21

 


즐겁게 일할 때에 즐겁습니다
― 도토리 마을의 빵집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2012.9.20./1만 원

 


  즐겁게 일할 때에 즐겁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라 여길는지 모르지만, 즐겁게 일해야 ‘즐거움’을 누립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은 고되거나 고단하거나 고달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즐겁게 일하는 사람 마음에는 ‘즐거움’만 있어요.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고되거나 고단하거나 고달프다고 느껴요.


  돈을 버는 일은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스스로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안 벌 수 있어요. 돈을 못 벌거나 돈을 적게 벌 수 있고,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크게 벌 수 있어요.


  내가 즐기는 일이라면, 돈을 얼마쯤 버는지는 그닥 대수롭지 않습니다. 참으로 스스로 즐기는 일인가 아닌가를 살필 노릇입니다. 내가 즐기는 일이기에, 이 일을 하며 얻거나 누리는 이름값은 하나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스스로 즐거운 마음 되어 즐거이 웃을 수 있느냐 아니냐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즐겁게 일할 줄 아는 사람은 톡톡히 돈을 번다는 일자리가 아니어도 즐겁습니다.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은 톡톡히 돈을 번다는 일자리여도 즐겁지 못합니다.


  스스로 즐겁자고 읽는 책입니다. 스스로 지식을 쌓자고 읽는 책이 아닙니다. 스스로 기쁘자며 듣는 노래입니다. 스스로 문화나 예술을 누리자며 듣는 노래가 아닙니다. 스스로 아름답자며 돌보는 살림입니다. 남 보기에 그럴듯하도록 꾸미는 살림이 아닙니다.


..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고 해가 저물었어요.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은 아빠 몫이에요.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우리가 꼴찌잖아요.” “미안, 미안. 얼른 집에 가서 저녁 먹자.” ..  (12쪽)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빵집》(웅진주니어,2012)을 읽습니다. 작은아이 큰아이 모두 아버지 무릎에 앉혀 그림책을 읽습니다. 앙증맞게 생긴 도토리가 잔뜩 나오는 그림책을 다섯 살 두 살 아이들이 재미나게 들여다봅니다. 그림책은 “도토리 마을”이라고 나오지만, 곰곰이 살피면 “사람 마을”하고 똑같습니다. 하는 일도, 보이는 모습도, 꾸리는 살림도, 모두 “사람 마을”이랑 같아요.


  도토리 마을 빵집 아줌마는 사람 마을 아줌마처럼 자전거에 두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어린이집에 갑니다. 한국이라면 아줌마이건 아저씨이건 으레 자가용을 몰 테지만, 일본에서는 아줌마들이 씩씩하게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다니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아저씨들이 씩씩하게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보낸 다음 당신 일터로 이 자전거를 내처 몬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저녁까지 머문다면, 일터에서 하루일을 마친 아버지가 다시 자전거를 몰아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자전거를 몰면 돼요. 비가 오면 비옷 입은 채 우산을 받으며 천천히 달리면 돼요. 눈이 오면 눈송이를 혀로 받아먹으며 천천히 달리면 되고요. 자가용으로만 달리면, 빗길과 눈길이 얼마나 다르며 즐거운가를 하나도 느끼지 못해요.


  그런데,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빵집》에 나오는 아버지는 ‘새로운 빵 굽기’가 잘 안 되어 골머리를 앓습니다. 도토리 마을 이웃들이 ‘새로운 빵’을 기다린다는 생각에 잠겨 스스로 짐스러움을 느끼고 말아요.


  이런이런, 이래서야 어떤 일을 하겠어요. 여태 즐겁게 일하다가 그만 ‘짐’을 느끼면 고달프고 말잖아요. 누군가 크게 바라거나 기다리건 말건, 스스로 가장 즐거운 길로 가야지요. 남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하는 일인데요.


  그림책에 나오는 “도토리 마을 빵집 아이들”은 이런 어버이 마음을 찬찬히 읽습니다. 빵집 아이들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잠든 깊은 밤 몰래 조용히 일어나서 부엌으로 갑니다. 저희 어버이 일을 돕겠다며 깊은 밤에 둘이 힘을 모아 새로운 빵을 구으려 합니다. 아마, 여느 때에 어버이 일을 눈여겨보았을 테고, 여느 때에 어버이를 도와 이런저런 심부름을 했을 테지요.

 

 

 

 

 

 

 


.. “오빠, 우리 아주 큰 빵을 만들자.” “그럼 밀가루를 더 넣어야지.” 섞고 둥글리고 주물럭주물럭! 펴고 늘이고 주물럭주물럭! 빵 만들기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  (21쪽)


  그림책 빵집 아이들은 ‘즐겁게’ 빵을 굽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빵을 구을 생각이 아닙니다. 빵집 아이들은 더없이 ‘즐겁게’ 빵을 굽습니다. 저희 어버이 일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나선 일이지만, 막상 빵굽기를 하고 보니 ‘즐겁게’ 주물럭주물럭 반죽을 하고, 영차영차 오븐으로 실어 나릅니다.


  자, 이제 모든 일은 끝납니다. 즐겁게 나선 일이기에 ‘어떤 열매’를 맺든 다 즐겁습니다. 서로 아끼는 하루를 누리며 즐겁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삶을 빚으며 즐겁습니다. 서로 보살피는 하루를 돌아보며 즐겁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즐겁게 일할 만한 자리를 찾아 땀을 흘리고 눈망울 빛낼 때에 아이들이 이 땀방울과 눈망울을 물려받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보금자리를 찾아 사랑을 들이고 마음을 기울일 적에 아이들이 이 사랑과 마음을 이어받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물려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돈보다 사랑을 물려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마음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자가용이나 아파트 같은 재산보다 어버이 스스로 즐거이 살아가는 마음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 아빠는 아이들이 만든 커다란 빵에 구멍을 퐁퐁 뚫어 가게 앞에 세웠어요. 하나, 둘, 셋, 넷 ……. 구멍은 전부 서른 개. 구멍에 도토리빵을 한 개씩 집어넣자 커다란 도토리 빵나무가 생겨났어요 ..  (30쪽)


  좋은 생각은 좋은 삶에서 비롯합니다. 즐거운 삶은 즐거운 일이랑 즐거운 놀이에서 비롯합니다. 사랑스러운 마음은 사랑스러운 말에서 비롯하고, 사랑스러운 말은 똑같이 사랑스러운 마음에서 비롯해요.


  포근한 겨울이에요. 어느 곳은 영 도 밑으로 한참 떨어지며 오들오들 떨린다 할 텐데, 날씨가 어떠하든 포근한 겨울이에요. 내 살갗으로 느끼는 추위만큼 내 이웃과 동무 살갗으로도 추위가 다가오는 줄 느끼는 포근한 겨울이에요. 어여쁜 겨울이에요. 찬바람 부는 날씨만큼 내 보금자리뿐 아니라 이웃과 동무 보금자리에 뜨뜻한 이부자리 있어야겠다고 느끼는 어여쁜 겨울이에요.


  신문을 내려놓고 이웃을 둘러봐요. 텔레비전을 끄고 동무를 헤아려요. 자가용을 멈추고 두 다리로 마을길을 걸어요. 아파트에서 나와 숲길을 아이들과 손 맞잡고 거닐어요. 하루를 즐기면서 삶을 즐겨요. 겨울을 누리면서 사랑을 누려요.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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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demian 2012-12-07 17:05   좋아요 0 | URL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2-12-08 01: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