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우체국, 서울 우체국

 


  시골마을 우체국은 널찍하면서 손님이 뜸하다. 시골마을 우체국은 면소재지에서는 눈에 아주 잘 뜨이고, 읍내에서는 군청 건너편에 있다. 시골마을 우체국은 일꾼이 손님 얼굴을 모두 안다. 시골마을 우체국은 늘 아는 얼굴을 마주하니까, 서로 상냥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주고받으며, 폭신한 걸상에 느긋하게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수다를 나누기도 한다.


  서울은 우체국이 작으면서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서울에서 우체국 한번 찾아가려면 한참 헤매거나 돌아다녀야 한다. 아니, 서울에서는 우체국이 어디 붙었는지 찾아보기 참 어렵다.


  사람으로 넘치니 서로를 알 수 없는 서울이고, 조용한 숲 사이사이 사람이 몇몇 있으니 서로를 훤히 알 만한 시골이다. 시골에서는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몰며 천천히 찾아간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로 논둑길을 시원스레 달린다. 서울에서는 매캐한 자동차 배기가스 사이에서 콜록거려야 한다.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운 서울에서는 조금만 마음을 딴데에 두어도 아이들 잃을까 걱정스러운 나머지 아이들이 손을 놓고 이리 달리거나 저리 뛰면 빽 소리를 지르고야 만다.


  아, 집에서도 밖에서도 마을에서도, 시골 아닌 데에서 하루 이틀 머물기란 참 고단하고 답답하구나. 4345.1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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