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더 작은 아이

 


  우리 집 대청마루는 우리 마을 이웃집 대청마루를 헤아리면 살짝 좁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 대청마루에서 잘 뛰어논다. 한여름에는 큰아이하고 이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니까 우리 식구 살 만큼 널널하다.


  이웃마을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니, 대청마루에 따로 샤시문을 달지 않아 대청마루 아래쪽이 훤히 트인 그대로 있다. 새삼스레 대청마루가 꽤 높다고 느끼면서, 이런 대청마루라면 비오는 여름날 대청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즐기고 비내음에 스며드는 시원스러운 바람을 느끼겠구나 싶다.


  아이들은 대청마루에 앉을 적에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이러한 대청마루에 아직 익숙하지 않던 큰아이는 그만 대청마루에서 지익 미끄러지며 아래로 한 번 굴러떨어지기도 한다. 그래 봐야 흙바닥이니 다칠 일은 없다. 한 바퀴 돌았으니 살짝쿵 놀랐을 뿐.


  큰아이라 하더라도 ‘작은’ 아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작은아이라 하지만 참으로 ‘더 작은’ 아이라고 다시금 느낀다. 이 작은 아이들은 어버이 사랑을 받아먹으며 하루하루 무럭무럭 누릴 고운 숨결이다. 발그네를 하면서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맞아들이는 살가운 대청마루 살린, 묵은 시골 흙집은 이 땅에 몇 채쯤 남았을까.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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