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책읽기

 


  작은아이가 잠들어 큰아이만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이웃마을로 살짝 에돌아 집으로 돌아오던 날, 맞바람이 너무 모질어 도무지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에 마을 안쪽길을 달리며 바람을 긋는데, 이웃마을 끝집 시멘트벽 한켠에 사루비아가 소담스레 꽃을 피운 모습을 본다. 사루비아가 이맘때쯤 꽃을 피우던가? 아무튼 반갑다고 인사하며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가 왜 자전거 세우냐고 묻기에 빙긋 웃고는, 사루비아 꽃술을 석 장 따서 둘을 아이한테 내밀고 하나는 내가 쪽 빤다. 아이더러 빨아 보라고 한 다음, 나는 꽃술을 잘근잘근 씹어 본다. 아이는 처음에는 못미덥다 하는 눈치였으나, 이내 나더러 “더 줘.” 하고 말한다. 더 뽑아서 내민다. 또 “더 줘.” 하고 얘기하지만, 우리 집 꽃도 아니니 더 뽑을 수 없기에, 이제 그만 먹고 집으로 가자고 얘기한다.


  어릴 적부터 사루비아 꽃술은 많이 뽑아서 빨았는데, 씹어 보기는 처음이다. 꽃술을 빨아 단물이 나오면 꽃술도 먹을 만하지 싶어 씹는데, 처음에는 달달하다가 나중에는 꽤 쓴맛이 돈다. 먹으면 안 되는 꽃술인가? 그래도 다른 푸성귀랑 섞어서 밥이랑 함께 먹으면 이런 쓴맛은 없으리라 느낀다. 외려, 밥을 먹을 때에는 쓴맛 나물도 즐거울 수 있겠지. 씀바귀가 쓴맛인데에도 나물로는 즐겨먹으니까.


  다시 모진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맨 처음 누가 사루비아 꽃술을 쪽 빨아먹는 맛을 알았을까. 사루비아 꽃술은 왜 뽕 하고 뽑아서 쪽 빨아서 먹도록 생겼을까. 다른 짐승은 사루비아 꽃술을 어떻게 먹을까. 그냥 통째로 우걱우걱 씹어서 먹으며 단맛도 즐기고 쓴맛도 즐길까. 벌이나 나비는 사루비아 단물을 어떻게 빨아먹을까. 꽃술을 잡아뽑지 않더라도 단물을 먹을 수 있을까. (4345.11.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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