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똥을 뿌지직 신나게 놀자!
윤아해 외 글, 신동준 그림 / 사파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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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가나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07] 신동준·윤아해 보린 유다정, 《초록똥을 뿌지직》(사파리,2012)

 


  풀을 먹으니 풀똥을 누고 풀내음을 풍겨요. 밥을 먹으니 밥똥을 누며 밥내음을 풍겨요. 아닌 듯하나요? 고구마 먹으면 고구마똥을 누고 고구마내음 솔솔 피우는 방귀 뀌잖아요. 감자 먹으면 감자똥을 누며 감자내음 솔솔 피우는 방귀 뀌어요.


  상추를 먹으니 상추똥을 눕니다. 쑥을 먹으니 쑥똥을 눕니다. 파를 먹으면 파똥을 누고, 부추를 먹으면 부추똥을 누어요. 미역 먹은 사람은 미역 방귀를 뀝니다. 김 먹은 사람은 김 방귀를 뀝니다.


  돼지고기 먹었으니 돼지고기가 뱃속에서 찬찬히 삭은 다음 돼지고기 방귀 뽕뽕 뀌어요. 술을 마시면 술 방귀를 뀌고, 과자를 먹으면 과자 방귀 뀌겠지요.


  풀을 먹는 짐승들은 풀똥을 눕니다. 고기를 먹는 짐승은? 아주 마땅히 고기똥을 누겠지요. 사람은 무슨 똥을 눌까요? 사람은 무얼 먹고 무슨 똥을 누면서 살림을 꾸릴까요? 어른들은 무슨 밥을 즐겨서 먹고,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차려서 먹일까요?

 

 

 

 


  먹은 대로 똥이 나오듯, 읽은 대로 생각이 나오리라 느껴요. 곧, 책을 읽으면 저마다 읽은 책결 그대로 생각이 나오겠지요. 다만, 이 책을 읽는대서 이 책에 담긴 줄거리나 알맹이처럼 생각이 나오리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책에 깃든 줄거리와 알맹이’를 받아들이자면, 이 책을 쓴 사람 넋과 꿈과 사랑을 내 삶으로 받아들일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하거든요. 마음그릇은 아직 안 되었으면서 책만 먼저 읽는대서 책읽기가 되지는 않아요. 마음그릇을 알차게 다스린 뒤에라야 비로소 책읽기를 할 수 있어요.


  아닌 듯하나요? 그러면 갓난쟁이한테 고기를 먹여 보셔요. 먹을 수 있나요? 갓난쟁이는 족발을 뜯지 못해요. 갓난쟁이는 낙지를 날로 먹지 못해요. 아직 어금니 없는 아이는 오이조차 깨물어 먹지 못해요. 곧, 아이들은 ‘이가 제대로 나고 잇몸이 튼튼해야’ 비로소 온갖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아이들은 조금만 매우거나 시거나 달거나 짜거나 시큼하거나 뜨겁거나 차가울 때에도 못 먹어요. 곧, 글을 읽을 수 있다지만 글에 깃든 넋을 읽지 못한다면 글에 깃든 생각을 읽지 못해요. 글은 읽더라도 줄거리와 알맹이가 어떤 깊이요 너비인지 헤아릴 수 없다면 ‘글자 읽기’로 끝날 뿐이에요.


  밥을 맛나게 먹으며 씩씩한 기운을 즐겁게 얻습니다. 책을 기쁘게 읽으며 슬기로운 생각을 반갑게 얻습니다. 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게끔 몸을 튼튼히 다스립니다. 책을 기쁘게 읽을 수 있도록 마음을 알뜰살뜰 가꿉니다.

 

 

 

 


  풀 먹는 달팽이는 풀똥을 흙에 남깁니다. 풀 먹는 사람은 풀똥을 거름으로 삼아 새롭게 곡식을 일굽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을 먹고 똥오줌을 누면서 이녁 보금자리를 가꿀까 궁금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어떤 꿈과 사랑으로 흙과 풀을 보살필까 헤아려 봅니다.


  신동준 님이 그림을 그리고, 윤아해·보린·유다정 세 분이 글을 넣은 그림책 《초록똥을 뿌지직》(사파리,2012)을 읽습니다. 풀잎이나 오이를 먹을 때에는 풀똥을 푸르게 누고, 노란 꽃잎을 먹을 때에는 노란 빛깔 똥을 누며, 빨간 딸기를 먹을 때에는 빨간 빛깔 똥을 누는 달팽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앙증맞게 엮습니다.


  참말 달팽이는 먹은 대로 똥을 눕니다. 달팽이가 먹은 것 빛깔에 따라 달팽이 똥빛이 달라져요. 그림책이라서 부러 재미나게 그린 모습이 아니에요. 참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달팽이뿐 아니라 어느 짐승이든 똑같아요. 어느 짐승이든 저마다 먹는 대로 똥을 누어요. 다만, 염소나 토끼나 노루는 똥빛이 풀빛을 닮지는 않는데, 이들 풀짐승이 누는 풀똥은 고스란히 흙으로 돌아가며 풀과 나무가 새삼스레 씩씩하게 자라는 거름이 됩니다. 오늘날에는 우리에 가두어 키운다 하지만, 염소이든 토끼이든 노루이든 들판과 멧골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풀을 먹고 똥을 눌 적에는 이들이 ‘밥을 먹은 자리(풀을 먹은 자리)’에 똥을 누고 오줌을 누어요. 고스란히 풀한테 돌려주는 삶이에요.

 

 

 

 


  우리가 마시는 바람은 곧바로 들숨 날숨 되어 바깥으로 나옵니다. 푸른 숨을 들이마신 뒤에는 푸른 기운을 내보냅니다. 매캐한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는 매캐한 기운을 내보내요.


  푸른 말을 들었으면 푸른 말이 나오겠지요. 따순 말을 듣는 사람은 따순 말이 흘러나올 테지요. 고운 말을 들으며 고운 말이 터져나올 테니, 예부터 가는 말이 고울 때에 오는 말이 곱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요즈음 우리 누리를 살피면, 가는 말이 곱다 하더라도 오는 말은 안 고울 때가 있어요. 곱거나 따숩거나 참답거나 착하거나 푸르거나 어여쁜 말이 흘러도, 귀를 꽁꽁 닫거나 막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음을 콱 닫아걸고는 모질거나 거친 말을 일삼는다든지, 뒤틀리거나 비틀린 말을 내뱉는 사람들마저 있어요.


  풀을 먹어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무엇을 먹더라도 생각이 아름답고 삶이 아름다울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껴요. 말투와 말씨가 곱대서 고운 사람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생각과 말과 삶이 한동아리 되어 고울 때에 비로소 고운 사람이라고 느껴요.


  달팽이는 달팽이 삶에 맞추어 알맞게 먹고 걷고 자고 놉니다. 사람은 어떤 삶을 헤아리며 먹고 걷고 자고 노는 하루를 누리는가요. (4345.11.11.해.ㅎㄲㅅㄱ)

 


― 초록똥을 뿌지직 (신동준 그림,윤아해 보린 유다정 글,사파리 펴냄,2012.9.3./90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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