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다

 


  저자를 보러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감을 산다. 등에 가방 하나 메고 어깨에 천가방 둘을 꿰며 한손으로는 큰아이 손을 잡고 걷다가, 버스역 앞에서 감꾸러미 파는 할머니를 본다. 저녁에 마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며 일어서서 짐을 꾸리시기에 값을 여쭙고는 셈을 치른다. 집에서 따온 감이라 하시는데, 시골 버스역 둘레에서 감을 파는 분들은 으레 당신 집에서 따서 들고 나온다. 할머니 댁은 어느 마을일까. 읍내로 나오는 삯과 집으로 돌아가는 삯을 따질 때에 하루 만 원이나 이만 원쯤 버셨을까.


  버스표를 끊는다. 큰아이가 버스표를 들어 준다. 손이 둘뿐이라 짐꾸러미 들자면 손이 모자라지만, 큰아이가 버스표 들어 주기에 내 손은 넷이라 할 만하다. 감꾸러미 하나 장만하니 큰아이가 감을 먹고 싶다 말한다. 아버지가 바나나송이를 샀으면 아이는 바나나를 먹고 싶다 할 테지. 아버지가 사과꾸러미를 샀으면 사과를 먹고 싶다 할 테고, 귤을 샀으면 귤을 먹고 싶다 하리라.


  마을마다 감나무에 감알이 흐드러진다. 읍내나 면내 어느 가게를 가도 문간에 감꾸러미를 놓고 판다. 가장 너른 먹을거리이면서 무척 맛난 밥거리가 되는 감알이라고 느낀다. 고흥에는 유자도 석류도 참다래도 많이 난다고 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아이 어른 모두 감알 먹으며 가을과 겨울을 따사로이 누렸지 싶다. (4345.1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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