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704) -살이 1 : 사람살이
대만 사람들은 음식 먹을 때 두 시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천천히 먹고, 채식에 물고기 정도 먹는 적은 먹을거리를 붙잡을 때에 사람살이가 살아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이 열린다고 옛사람들이 글 속에 담았다고 생각하니 그 슬기에 새삼 놀랐습니다
《홍승표-마음 하나 굴러간다》(호미,2002) 28쪽
낱말책에 실린 낱말은 ‘인생(人生)살이’ 한 가지입니다. ‘사람살이’는 아직 낱말책에 안 실립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사람살이’를 말합니다. 사람들 말씀씀이를 헤아린다면 이 같은 낱말은 낱말책에 실려야 마땅한데, 낱말책에 안 실렸다는 핑계로 보기글이 모자라 낱말책에 못 실리곤 해요.
낱말책을 살펴보면 ‘타향살이’라는 낱말이 실립니다. 이밖에 ‘시집살이’라는 낱말이 실립니다. ‘처가살이’나 ‘남의집살이’ 같은 낱말이 나란히 실려요. 여러모로 헤아린다면, ‘-살이’는 뒷가지 구실을 알뜰히 합니다. ‘감옥살이’나 ‘셋방살이’ 같은 자리에서도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이나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을 잘 나타내요.
인생(人生) = 사람(人) + 삶/살다(生)
→ 사람이 + 살아가는 + 살이(삶)
사람살이 = 사람 + 살이
→ 사람이 + 살아가는 일
한자말 ‘인생’ 말짜임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일”, 곧 한 마디로 간추려 ‘사람살이’를 뜻합니다. 말짜임과 말뜻을 돌아보면 ‘인생살이’처럼 적을 때에는 겹말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처음부터 한겨레가 쓰던 낱말은 ‘사람살이’요, 이 한국말을 한자로 옮겨서 적자니 ‘人生’이 되었다 할 수 있어요.
나비살이·벌레살이·짐승살이·나무살이·거미살이·제비살이
다른 벌레나 짐승이나 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리키며 ‘-살이’라 가리킬 수 있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면 ‘하루살이’, 이틀을 살아가면 ‘이틀살이’, 한 해를 살아가면 ‘한해살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고 보면 풀살이를 일컫는 낱말로 ‘여러해살이’가 있어요. 우리들은 ‘두해살이’라든지 ‘예순해살이’ 또는 ‘예순살이’ 같은 낱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백해살이’라든지 ‘천년살이’ 같은 낱말을 빚을 수 있겠지요.
죽고 산다는 뜻으로 ‘죽살이’를 쓸 수 있어요.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간대서 ‘너나살이’라 하면 어떨까요. 책을 좋아하는 이는 ‘책살이’요, 노래를 좋아하는 이는 ‘노래살이’입니다. 춤살이·영화살이·축구살이·야구살이·글살이·만화살이·바둑살이처럼 온갖 ‘-살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4335.10.1.불/4345.11.5.달.ㅎㄲㅅㄱ)
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0) -살이 2 : 섬살이
섬살이가 하도 힘들어서 몇 번인가 도망칠 맘도 있었다
《강제윤-어머니전》(호미,2012) 141쪽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나는 ‘시골살이’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식구가 아직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도시살이’라 말했어요. 그리고, 우리 식구가 살던 곳 이름을 따서, ‘인천살이·음성살이’라 했고, 이제는 ‘고흥살이’라 일컫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살이’나 ‘바닷가살이’라 말할 수 있어요. 멧골에서 살아가면 ‘멧살이’나 ‘멧골살이’가 될 테지요. 두멧자락에서 살아가면 ‘두메살이’가 돼요.
너른 들을 끼고 살아가면 ‘들살이’입니다. 우거진 숲에서 살아가면 ‘숲살이’입니다. 냇물을 옆게 끼고 살아가면 ‘냇물살이’나 ‘물살이’라 하면 되겠지요.
섬살이 (o)
섬생활 (x)
이리하여, 섬에서 살아가는 이는 ‘섬살이’를 합니다. 꿈을 꾸며 살아가기에 ‘꿈살이’요, 사랑을 빛내며 살아가기에 ‘사랑살이’입니다. (4345.1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