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징검다리 3.4.5 11
마지마 세스코 그림, 마도 미치오 글,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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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한 가지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05] 마지마 세스코·마도 미치오, 《엄마가 좋아》(한림출판사,1988)

 


  어머니를 더 좋아하는 아이는 없고, 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저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어버이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저를 따스하게 안고 달래며 어루만지는 어버이를 좋아합니다. 어머니를 더 좋아할 까닭이 없고, 아버지를 더 좋아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들은 따사로운 품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보드라운 손길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너그러운 눈길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맑은 목소리와 밝은 몸짓을 좋아해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참 맑거나 밝다고 느낀다면, 아이들 스스로 맑은 눈빛과 밝은 노래를 좋아하며 즐기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 사람도 참 맑거나 밝게 살아간다고 느낀다면, 이들 어른 또한 맑은 눈빛과 밝은 노래를 살뜰히 아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 엄마 따라 나들이 가자 ..  (5쪽)


  두 아이와 살아가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이런저런 몸짓을 보일 적에 어버이로서 활짝 웃고 마주하면 아이들 또한 활짝 웃으며 마주해요. 어버이답지 못하게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아이도 어버이 따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맛살을 찡그리고 말아요.


  아이들이 부르는 맑은 노래는 어버이가 물려줍니다. 아이들이 지껄이는 거친 말도 어버이가 물려줍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환한 춤사위는 어버이가 물려줍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거친 손짓도 어버이가 물려줍니다.


  밥을 따숩게 차려서 아이들을 먹입니다. 따순 밥상 앞에 앉아 따순 밥을 먹는 아이들은 몸을 따숩게 덥힙니다.


  옷을 곱게 빨고 개서 아이들을 입힙니다. 고운 옷을 입는 아이들은 고운 몸짓을 실껏 펼치며 하루를 빛냅니다.


  숲속이나 숲 곁에 집을 마련해서 아이들과 살아갑니다. 숲에서 나누어 주는 푸른 숨결을 받아마시는 아이들은 스스로 푸른 마음결이 되어 푸른 넋을 가꿉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한테 따순 밥을 차리면서 어른들도 따순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한테 고운 옷을 입히면서 어른들도 고운 옷을 입습니다. 아이들과 숲에서 살아가며 어른들도 푸른 숨결을 마십니다.


  따순 밥을 차리는 어른은 따순 손길을 느끼며 북돋웁니다. 고운 옷을 입히는 어른은 고운 눈길을 느끼며 살찌웁니다. 푸른 숲마을 보듬는 어른은 푸른 숲기운 느끼며 즐겁습니다.

 

 


.. 우리 엄마 참 예쁘다 ..  (12쪽)


  어머니는 예뻐요. 예쁜 어머니이기에 아이를 예쁘게 낳아요. 아버지는 예뻐요. 예쁜 아버지이기에 아이를 예쁘게 안아요.


  낮에 낮잠을 재우고 밤에 밤잠을 재우며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노라면, 졸린 아이는 처음에는 까르르 웃고 떠들다가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다 감다 되풀이하다가는 고개에 힘이 빠집니다. 꼭 쥐던 손을 사르르 풉니다. 이때 아이 얼굴이 참 예쁘네 하고 생각하곤 하는데, 잠드는 아이가 바라보기에 재우는 어버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나는 내 아이들을 토닥토닥 재우고, 내 어버이는 나를 토닥토닥 재웠을 텐데, 내 어버이가 나를 재우던 손길로 내 아이를 재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 누군가를 재울 때에는 내가 이 아이들한테 했듯이 오래오래 대물림한 따순 손길을 환하게 펼쳐 주리라 느껴요.


  모두 예쁜 사람이었겠지요. 역사책에는 예쁜 사람들 예쁜 삶 이야기는 안 적히지만, 우리 가슴속에는 깊이 새겨졌어요. 역사책에는 예부터 익히 내려온 자장노래라든지, 아이들 재우는 손길이라든지, 아이들과 즐겨 부르던 노래라든지 한 줄도 안 적히지만, 우리 가슴속에는 따사로이 새겨졌어요.


  학교에서는 태정태세문단세이고 무어고를 외우도록 시켜요. 예전에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도록 시켰어요.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도록 시켰어요. 억지스러운 지식조각이기에 일부러 외우도록 시켰어요. 우리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따순 사랑을 잊고, 제도권 사회에서 톱니바퀴 구실을 하도록 내몰던 지식조각이었어요.


.. 우리 아기, 예쁜 아기 ..  (20쪽)


  어버이가 할 일이란 사랑을 꽃피워 밥 한 그릇과 옷 한 벌과 말 한 마디에 사랑을 담는 일이라고 늘 느껴요. 먼먼 옛날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하고 얘기한 까닭이 있어요.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을 곱게 다스리라는 뜻만 나타내지 않아요. 어버이와 어른 누구나 아이들 앞에서 곱게 말할 수 있을 때에, 아이들 누구나 곱게 말하는 삶버릇을 들인다는 뜻이에요. 고운 사랑 담은 밥 한 그릇 나눌 적에 아이들 또한 시나브로 착한 사람을 마음과 몸에 나란히 아로새긴다는 뜻이에요. 고운 넋으로 마음가짐을 가꿀 때에 아이도 어른도 참다운 삶을 누리면서 두레와 사랑을 널리 나눈다는 뜻이에요.


  ‘불우이웃돕기’는 이웃사랑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참다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을에서는 이웃이 ‘어렵고 힘들어(불우)’질 때까지 지켜보거나 구경하지 않아요. 어려운 때에 손길을 내밀고, 힘들 적에 어깨동무를 하겠지요. 사랑스러운 마을에는 어려운 이웃이나 거지가 있을 턱이 없어요. 사회가 메마르고 정치가 어지럽기 때문에 어렵거나 힘든 이웃이 나타난다 할 테지만, 사회와 정치를 탓하기 앞서, 바로 ‘내 자리 내 삶’부터 메마르거나 어지럽게 흐르니까 내 곁 이웃과 동무를 살가이 바라보지 못하고 말아요.


  나한테 돈이 있으면 얼마나 건사하면서 어떻게 쓸 때에 나부터 스스로 즐겁거나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나한테 사랑이 있으면 어떻게 어루만지면서 활짝 꽃피울 때에 나부터 스스로 즐겁거나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때에 예쁜 삶일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어버이요 어른이로구나 싶어요.

 


.. 엄마 곁이 좋아요 ..  (29쪽)


  마지마 세스코 님 그림과 마도 미치오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엄마가 좋아》(한림출판사,1988)를 읽습니다. 더없이 따사롭고 보드라우며 애틋한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로 아이들을 아끼는 온갖 짐승과 풀과 나무가 나란히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그럼요, 민들레 풀포기도 새끼 민들레를 아끼는걸요. 우람한 미루나무도 버드나무도 느티나무도 어린 나무들을 아끼는걸요. 물뚱뚱이도 범도 고양이도 닭도 모두 제 새끼를 아껴요. 사람도 사람이 낳는 아기를 아껴요.


  밝은 달을 바라보며 아 밝구나 하고 노래해요. 맑은 해를 바라보며 아 맑구나 하고 노래해요. 가을녘 나뭇잎을 바라보며 아 곱게 물드는구나 노래하다가는, 남녘땅에서는 따순 가을날이라 그만 새잎이 송송 돋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이야 남녘에서는 가을에도 새잎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네 하고 노래합니다.


  어머니 곁이 좋고 아버지 곁이 좋습니다. 아이들 곁이 좋고 동무들 곁이 좋습니다. 따스합니다. 너그럽습니다. 포근합니다. 사랑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나누고, 지구별에는 사랑이 감돕니다. (4345.10.28.해.ㅎㄲㅅㄱ)

 


― 엄마가 좋아 (마지마 세스코 그림,마도 미치오 글,편집부 옮김,한림출판사 펴냄,1988.9.10./8000원)65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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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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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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