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민음의 시 77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1996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으로 살아갈 아이들한테
[시를 노래하는 시 33] 문정희, 《남자를 위하여》

 


- 책이름 : 남자를 위하여
- 글 : 문정희
- 펴낸곳 : 민음사 (1996.2.10.)
- 책값 : 7000원

 


  학교는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곳이 되나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나를 비롯한 동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곳이었나 하고 돌아보곤 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지난날과 달리 아이들을 알뜰살뜰 사랑하는 곳이 되었나 살펴보곤 합니다.


  이제 웬만한 교실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놓입니다. 분필가루 날리지 말라면서 하얀 글판이 붙곤 합니다. 에어컨이나 난방기가 놓이면서, 나무나 석탄으로 난로를 때면서 그을음이 나올 일이 없습니다. 도시락을 두 통씩 싸고 다니느라 가방이 무거울 일이 없으며, 어머니들은 새벽 일찍 도시락 싸느라 애먹지 않아도 됩니다.


  흙으로 된 맨땅인 운동장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까지거나 다친다며, 모든 학교는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깝니다. 학교 교사를 헤아리며 자가용 대는 터를 넓히고, 체육관이나 강당이나 여러 가지 건물을 번듯번듯하게 세웁니다. 도서관 운동이 퍼지며, 도서관 없는 학교가 없습니다.


.. 유식한 시인들은 / 그 후 이러쿵저러쿵 써 주기도 하지만 / 그 사람은 원래 쇠똥내 온몸에 풍기는 / 농사꾼일 뿐. / 시퍼런 낫으로 벼포기를 베면 / 그 아래 수없는 별이 떨어지는 / 일꾼 중의 상일꾼 / 쌀가마 척척 들어 / 온다리에 힘줄 선 농투성이일 뿐 ..  (천둥 같은 사나이를 위하여)


  시설이 달라지고 건물이 늘어나는 학교입니다. 교사가 늘고 학급 아이들 숫자가 줄어드는 학교입니다. 그렇지만 예나 이제나 학교는 ‘대학바라기’라는 틀이 그대로입니다. 고등학교는 마땅히 대학바라기라 할 테지만, 중학교 또한 고등학생이 되기 앞서 대학바라기를 하는 자리일 뿐이요, 초등학교마저 중·고등학생 때 대학바라기를 더 알차게 해내도록 밑바탕을 닦는 자리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왜 대학생이 되어야 할까요. 모든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야 할까요.


  그토록 대학생이 대단한 이름이라 한다면, 모든 아이가 대학교 의무교육을 받아야지 싶습니다. 대학입시가 지옥이 아닌 즐거운 삶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대학생이 엄청난 자격증 구실을 한다면, 누구나 대학교를 다니도록 해서 입시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모두 마치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들어선다 할 때에, 이 모든 아이들이 회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농사꾼도 되고 고기잡이도 되어야 해요. 아이들은 청소부도 되고 시인도 되어야 해요. 아이들은 빵집 일꾼이나 김밥집 일꾼도 되어야 해요.


.. 딸아이가 피아노를 사 달라고 조르는 오후, / 나는 피아노를 사기도 전에 피아노를 팔아 버리고 싶어 괴롭다. / 그 시꺼멓고 무거운 괴물을 집 안에 들여 놓고 / 도레미로부터 체르니를 통과할 일이 검은 터널처럼 숨막히다. / 혀 짧은 선생들이 드나들며 말끝마다 〈즈〉 발음을 내며 /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칼날 손톱으로 건반을 두드릴 일이 / 폭풍 전야처럼 무덥다 ..  (피아노를 기다리는 오후)


  무엇보다 아이들은 ‘돈을 버는 어떤 일자리’를 얻기 앞서 ‘스스로 우뚝 서는 오롯한 사람’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날마다 먹는 밥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는가를 짚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쌀 한 줌을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일구어 얻는지를 깨닫고, 감알이나 능금알이 어떤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어떤 빗물과 햇살과 바람을 먹으며 자란 다음 맺는 열매인지를 깨달아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짝꿍을 사귑니다. 사내가 사내를 사귀고 가시내가 가시내를 사귀든, 사내가 가시내를 사귀고 가시내가 사내를 사귀든, 저마다 짝꿍으로 삼는 벗을 사랑스레 아끼고 보살피면서 서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익혀야지 싶습니다. 짝을 지어 살아가며 낳은 아이를 너른 사랑과 밝은 믿음으로 돌보면서 씩씩한 사람으로 크도록 이끄는 길을 살펴야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는 ‘돈을 버는 일자리’, 이른바 ‘직업’을 얻는 길로는 이끌지만, 직업조차 회사원이나 공무원 가운데 한 가지 길로만 이끌 뿐이에요.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서로를 사랑하는 길’은 안 보여주고 안 알려주고 안 가르쳐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어른 되어 아이를 낳을 적에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고 믿으며 아낄 때에 즐거운가를 못 보여주고 못 알려주며 못 가르쳐요.


  굳이 걱정할 일은 없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사랑하는 길’을 곁에서 바라보거나 둘레에서 느끼거나 교사와 어버이한테서 배우지 못하는 흐름인데, 이렇게 흐르며 스무 살이 되거나 서른 살이 된 다음, 어떻게 살아갈까 아리송해요. 사랑을 안 배우고 사랑을 안 겪으며 사랑을 생각하지 않으며 어른이 된 오늘날 아이들이 성평등뿐 아니라 ‘참평등’을 이루는 누리를 어떻게 일굴 만한지 알쏭달쏭해요.


.. 낯익은 술 냄새 그 쌍거풀 / 아침과 저녁의 그 기침 소리 / 30년을 헤치고 꺼내어서 / 이 손으로 한 번만 만져 보고 싶은 것은 / 하얀 뼈 붙들고 울고 싶은 것은 ..  (그리운 뼈)


  사람으로 살아갈 아이들입니다. 어느덧 어른으로 지내는 오늘날 사람들 누구나 ‘사람으로 살아갈 아이’로 태어나서 어린 나날과 푸른 나날을 누렸습니다. 사람으로 살아갈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사람다움을 마음껏 누릴 때에 환하게 빛납니다.


  보육원이나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야 할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아이들입니다. 일찌감치 영어를 배우거나 무슨무슨 학습을 할 아이들이 아닙니다. 천재교육이나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 따위에 휘둘릴 아이들이 아닙니다. 너르고 따스하며 애틋한 사랑을 먹고 자랄 아이들입니다. 맑은 풀잎을 만지고 고운 흙알갱이를 쓰다듬으며 튼튼한 나무와 얼크러지며 자랄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느껴야 하고,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자라야 하고,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으로 땀흘려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노래해야 하고,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을 심어야 합니다.


  전쟁무기를 만들면서 거짓 평화를 거짓 정치를 일삼으며 내세우는 어른이 될 일이 아닙니다. 직업군인도 안쓰럽지만 전쟁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거리 얻는 어른도 안타깝습니다. 온 나라 멧자락에 구멍을 뚫어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짓는 어른도 안쓰럽지만, 자가용 씽씽 몰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어른도 안타깝습니다. 이 나라 옛 어른은 왜 들판 한복판에 송전탑을 버젓이 세우면서 시골을 망가뜨리는가요. 이 나라 요즘 어른은 왜 숲을 싹 밀며 아파트를 아무렇게나 올리는가요.


  사람이 살아갈 집은 어떤 보금자리여야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살아갈 마을은 어떤 터전이어야 사랑스러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저마다 맡는 일이란 어떤 삶이어야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 새로 수염자리 돋아 난 아들과 함께 / 오랜만에 TV를 끄고 / 마루에 누워서 별을 바라본다. / 별보다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불빛이 / 더 빛나 보이는 아들은 그만 지루해서 / 두 번이나 하품을 한다 ..  (우렁이 이야기)


  새삼스레 학교를 떠올립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란 아이들을 사랑하는 곳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한국에서 학교는 아이들한테 입시공부를 시키는 곳일 뿐, 아이들을 사랑하는 곳이 아니로구나 싶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교과서 지식을 들려주기만 할 뿐, 아이들 하나하나가 어떤 숨결인가를 헤아려 저마다 아름답게 사랑할 길을 찾는 몫을 하기 힘들겠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학교도 사람이 살아가는 터예요. 대학교만 바라보도록 하는 초·중·고등학교라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이나 밤까지 사람들이 얼크러지는 터예요.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는 길만 보여주는 대학교라 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터예요.


  초등학교이든 대학교이든 사람들이 모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온갖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입시공부만 하든 영어에 휩쓸리기만 하든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함께 밥을 먹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터인데, 뜻밖에 이들 학교에서는 시험성적에 따라 서로를 계급으로 나누고 말아요. 사람이 어깨동무하는 자리인데, 얄궂게 이들 학교에서는 스스로 감옥 죄수인 마냥 똑같은 옷차림에 똑같은 몸차림에 똑같은 말씨를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길들여져요.


.. 홍 동 백 서, 주 과 포 혜 / 몇백 년을 루머처럼 떠도는 지령에 따라 / 바삐 손을 놀리는 나에게 / 어린 효자 아들이 말했다. / “엄마, 제사상에 짜장면 시켜다 놓자. / 탕수육도 한 접시” ..  (파를 다듬으며)


  학교급식을 하고 도시락을 안 싸도 되니까 ‘무언가 나아진’ 학교일까 궁금합니다. 교육방송국에서도 입시교육을 시켜 주니까 ‘여러모로 좋아진’ 나라일까 궁금합니다. 도시에서는 온갖 학원이 넘치고, 시골에서는 군청에서 돈을 대어 서울 강남 이름난 강사를 불러들여 주말마다 특강을 하니까 ‘참으로 발돋움한’ 사회일까 궁금합니다.


.. 아가야, 눈부신 아가야. / 어디에서 왔기에 / 이리도 환한 햇살로 안기느냐 ..  (새로 태어난 아가를 위한 노래)


  돈이 좀 있는 나라마다 우주선을 쏜다고 애씁니다. 우주선 하나를 쏘려고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습니다.


  가만히 생각합니다. 우주선을 쏠 만한 돈으로 우리가 할 일은 ‘우주선 쏘기’일는지요. 우주선을 쏠 만한 어마어마한 돈은 참말 우주선을 쏘는 데에 써야 할 노릇인지요.


  볼일 있어 전남 고흥에서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천을 다녀올 적에 시외버스로 고속도로를 지나며 으레 생각합니다. 서울이나 경기도나 부산 언저리는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아, 이런 데에는 고속도로가 있을 만하구나 싶지만, 전라도를 넘어서면 고속도로에도 자동차는 아주 적어요. 자동차가 아주 적은 전라도에 굳이 고속도로가 있어야 하나 모르겠어요. 지역차별이나 지역편중이나 뭐 이런 말을 떠나, 구태여 전라도 시골마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있어야 할까 궁금해요. 전라도 도시와 다른 곳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조차 아무 보람없는 일 아닌가 궁금해요.


  그러니까, 전라도에서는 고속도로 닦는다며 들일 어마어마한 돈을 참으로 ‘고속도로 닦는 일’에 써야 하는지 궁금해요. 고속도로 닦는 데에 들일 어마어마한 돈은 참말 ‘다른 곳’에 써야지 싶어요. ㅇㅁㅂ 정권이 꾀하는 4대강사업도 이와 같아요. 왜 4대강을 비롯해 시골 작은 냇물에까지 시멘트 들이붓는 공사를 해야 할까 궁금해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돈이 얼마나 많아 숲과 들과 멧골을 온통 시멘트범벅으로 만들어야 하나 궁금해요.


.. 나무와 나무 사이엔 /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 그대와 나 사이엔 /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  (초여름 숲처럼)


  이제, 나는 숲을 생각합니다. 숲에서 지낼 적에 스스로 얼마나 푸른 숨결을 기쁘게 들이마시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자그마한 나무가 있든 우람한 나무가 있든, 숲에 서면 내 귀와 눈과 코와 입과 살결이 얼마나 환하게 트이거나 열리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숲이 싱그러울 때에 내 몸도 싱그럽습니다. 숲을 곱게 보살피거나 아낄 때에 내 마음도 곱게 보살피거나 아낍니다.


  ㅇㅁㅂ 정권이 숲과 들과 멧골을 죄다 망가뜨리며 시멘트를 퍼붓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ㅇㅁㅂ 정권에 맞선다는 야당에서도 굳이 ‘시멘트 막개발 공사’를 막지 않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숲이 사라져 나무가 죽으면 사람들 넋도 함께 죽어요. 들이 망가져 송전탑 전자파가 춤추면 사람들 얼도 함께 망가져요. 멧골에 구멍이 뚫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숭숭 지나가면 사람들 마음도 함께 구멍이 뚫려요.


.. 남자들은 /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 비로소 자신 속에서 으르릉거리던 짐승과 / 결별한다. / 딸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 신이 나오는 길을 알게 된다. / 아기가 나오는 곳이 / 바로 신이 나오는 곳임을 깨닫고 / 문득 부끄러워 얼굴 붉힌다. / 딸에게 뽀뽀를 하며 / 자신의 수염이 때로 독가시였음도 안다. / 남자들은 /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 비로소 자신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짐승과 / 화해한다. / 아름다운 어른이 된다 ..  (남자를 위하여)


  사람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는 길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어른을 생각하는 길이라고 느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은 아이를 가르치기 앞서 ‘아이 낳은 어른’인 나 스스로를 가르친다고 느껴요. 아이들한테 이것저것 보여주는 어른이 아니라, 어른 스스로 이것저것 아름다이 누리는 기쁨을 찾는구나 싶어요. 어른으로서 맑고 밝게 살아가기에, 아이들한테 맑고 밝은 꿈을 알려주는구나 싶어요. 어른 스스로 착하고 참된 길을 알지 못하면, 아이들 앞에서도 착하고 참된 길을 열어 주지 못해요.


.. 냉장고에 콜라와 쇠고기를 넣어 놓고 / 대문 앞에 한 대의 자동차를 세워 놓았다 해서 / 20세기가 눈부셨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 오, 20세기 / 우리는 그 반을 남의 밑에서 식민지로 살았고 / 또 나머지 반을 허리 잘리운 채 / 형제끼리 총 겨누고 살고 있다 ..  (마감 뉴스)


  문정희 님 시집 《남자를 위하여》(민음사,1996)를 읽습니다. 문정희 님은 ‘남자를 생각하며’ 시를 썼다고 하지만, 시를 하나하나 읽는 동안 ‘남자’라기보다 ‘사람’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노래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랑할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 가령 귀뚜라미를 시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 아무 힘도 없이 /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 그 울음 하나로 / 가을을 우리 곁에 갖다 놓으니까 / 진부하지만 / 가령 풀잎을 시인이라고 해도 좋겠지. / 가녀린 입술로 / 꽝꽝 언 흙을 밀치고 / 푸른 눈을 떠서 / 날카로운 빌딩 사이 초록을 풀어 / 봄을 우리 곁에 갖다 놓으니까 ..  (귀뚜라미와 메가폰)


  아침이 밝습니다. 어제는 제법 드센 바람과 비가 몰아쳤으나, 오늘은 새파란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아침으로 찾아옵니다. 언제나 이 들판과 멧골에서 함께 살아가는 멧새와 들새가 아침노래를 들려줍니다. 한겨울에는 흙으로 돌아가지 싶은 풀벌레가 이곳저곳에서 나긋나긋 아침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아침노래를 나란히 들려줍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아침을 맞이해 일어나 이래저래 개구지게 떠듭니다.


  풀잎이 푸릅니다. 나뭇가지는 흙빛입니다. 하늘은 파랗고, 맑은 바닷물도 하늘처럼 넓디넓게 파랗습니다. 구름은 하얗고 내 마음도 하얗게 젖어드는데, 까만 밤하늘에서 마주하는 달이랑 별도 하얗습니다.


  나는 새벽녘에 누런쌀 씻고 불렸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먹을 아침밥을 생각합니다. 아침밥 먹고 나서 서로 하루를 어떻게 누릴지를 가늠합니다. 네 식구 함께 멧길을 걸어 볼까. 우체국에 자전거 타고 다녀와 볼까.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를 해 볼까.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즐기는 하루입니다. 꿈꾸기에 따라 늘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야기요, 빛이며, 삶입니다. (4345.10.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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