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청소년)를 생각하는 글쓰기

 


  고흥읍에 있는 고등학교 아이들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 아이들이 대학입시만 바라보고 달려야 한다지만, 교과서나 문제집을 쳐다보지 않을 적에는 누구나 해맑고 아름다운 눈빛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머리모양과 머리길이로 틀에 맞추면, 여기에다 똑같은 지식과 정보를 머리에 집어넣으려 하면, 누구라도 죽은 눈빛과 서글픈 눈매가 되는구나 싶다.


  조촐하게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본다. 내가 이들 푸름이 나이였을 적, 내 둘레 어른한테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까. 내가 푸름이 삶을 보낼 적에 어떤 이야기가 내 마음그릇으로 스며들어 마음밥이 되었을까.


  이 아이들은 집에서 저희 어버이하고 집살림이나 집일을 얼마나 나누어 맡으며 하루를 보낼까. 이 아이들은 시험공부에 붙들리는 학교를 벗어나면 얼마나 푸른 넋을 뽐내며 하루를 빛낼까. 무엇이 이 아이들 생각을 살찌우고, 어떤 길이 이 아이들 앞에 놓일까.


  아이들은 둘레 어른들을 바라보며 자란다. 어른들은 누구나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들을 바라보며 배우고 자랐’다. 오늘 아이인 숨결은 머잖아 어른이 되고, 머잖아 어른이 된 오늘 아이들은, 나중에 태어나 아이로 살아가는 숨결 앞에서 ‘삶을 배울 어른으로 보여지’겠지. 좋고 나쁘다 하는 대목은 없기에, 좋다 하든 나쁘다 하든 고스란히 배운다. 나는 내 어릴 적에 내 둘레 어른한테서 모든 모습을 바라보며 좋다 나쁘다 할 것 없이 물려받으며 배웠다. 오늘 아이들은 나를 비롯한 어른들한테서 좋다 나쁘다 할 것 없이 물려받으며 배운다.


  어른인 내가 하는 말은 대수롭지 않다. 어른인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대수롭다. 입으로 하는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몸으로 누리는 삶은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결대로 맺고 푼다. 어른으로서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찾고, 어른답게 스스로 가꾸는 꿈을 보듬어야지 싶다.


  문득, 내가 앞으로 쓸 글은 어떤 빛깔일까 하고 깨닫는다. 이 아이들한테 들려줄 말이란 바로 나한테 하는 말이면서 우리 집 아이들한테 하는 말이 된다. 내 옆지기와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줄 말을 오늘날 푸름이로 살아가는 이웃 숨결한테 함께 들려주자 생각하며 새롭게 글감 하나를 생각한다. (4345.10.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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