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짓 책읽기

 


  반찬 삼을 돗나물을 뜯는데, 작은아이가 곁에 붙는다. 옆에서 아버지가 풀을 뜯듯 저도 뜯는다. 그런데 작은아이는 풀을 뿌리까지 뜯는다. 줄기만 살짝 꺾으면 풀이 새로 자라며 언제까지고 더 먹을 수 있지만, 뿌리까지 뜯으면 더는 못 먹는다. 아이야, 그렇게 확 뜯지는 말고 살금살금 잘 뜯으렴. 오늘도 먹고 모레도 먹으려면 예쁘게 잘 뜯으며 고맙다고 말해 주렴.


  뜯은 돗나물을 헹군다. 곤약을 썰어 함께 무친다. 밥상에 올린다. 한창 여러 가지를 먹던 작은아이가 손가락으로 돗나물을 가리킨다. “응.” 아직 ‘엄마’랑 ‘응’이라는 낱말로 모든 생각을 나타내는 작은아이는, 저 돗나물을 먹고 싶다며 “응.” 하고 말한다. 어인 일이니. 네가 손수 뜯은 돗나물이라 먹어 보고 싶니. 좋아. 잘 씹어서 풀맛을 네 혀로 느껴 봐. 하루하루 씩씩하게 자라면서 네 손으로 풀을 보살피고 거두고 밥을 지어서 먹어 봐. 네 손길이 닿은 풀은 한껏 맑게 빛날 테고, 네 손짓으로 지은 밥은 한결 구수하게 맛날 테니까. (4345.10.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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