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2.8.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시골에 도서관을 여는 일을 헤아려 본다. 시골에는 사람이 적으니까 굳이 도서관을 안 열어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뜻밖에 참 많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가야 하니까 도시에 열어야 하고, 도시에서도 시내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내가 서재도서관으로 꾸리는 ‘사진책 전문’ 도서관 또한,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찾아오기 쉬운 커다란 도시 시내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고들 말씀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을 찬찬히 그려 본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많이 읽어 주면 책이 반갑게 여기리라 느낀다. 다만, 반갑게 여기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가장 좋으며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책이란 종이꾸러미로 엮을 때에만 책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 살아가는 몸짓과 말짓과 마음짓 모두 책이라고 느낀다. 곧, 시골에서는 흙을 만지고 햇살을 쬐며 새와 벌레 노랫소리 듣는 일 모두 책읽기가 된다고 느낀다. 가만히 보면, 시골에서는 애써 종이꾸러미 책을 안 읽어도 될 만하다. 그러나, 언제나 삶책과 자연책과 나무책과 풀책을 읽기에, 여기에 다른 한 자리로 종이책을 읽으면서, 마음과 몸을 고르게 살찌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도시에는 ‘종이책 도서관’에 앞서 ‘자연책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에는 ‘숲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도시 아파트나 건물 사이사이 조그맣게라도 숲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득시글거리는 찻길 한켠에는 길다랗게 숲길이 이루어져, 이 거님길 걷는 사람들이 나무와 풀을 느끼면서 햇살과 바람을 생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교나 공공기관도 자동차 대기 좋은 아스팔트 바닥만 마련하지 말고, 두 다리로 사뿐사뿐 디딜 흙땅과 숲이 얼마쯤 있어야 한다. 방음벽을 세우지 말고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룰 노릇이다. 전철이 지나는 기찻길 옆이든, 고속도로 가로지르는 곁이든, 어디에나 숲이 있고 풀과 나무가 어우러져야지 싶다. 먼저 이렇게 도시가 숲 품에 안기도록 하고 나서야, 종이꾸러미로 된 책을 갖추는 도서관을 마을마다 알맞춤하게 세워야지 싶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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