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도서관

 


  우리 식구들이 시골마을에서 꾸리는 도서관으로 찾아온 사람이든 안 찾아온 사람이든, 우리 도서관을 말하면서 자꾸 ‘헌책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름이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스스로 책을 모르고 책에 눈길을 두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쓸밖에 없구나 싶다.


  아주 마땅한 노릇으로, 먼저 국어사전부터 뒤적일 일이다. ‘헌책’이란 무엇인가. 종이가 낡거나 닳은 책이 ‘헌책’이 될 테고, 이 다음으로 누군가 읽은 책이 ‘헌책’이 된다. 곧, 아직 아무도 펼치지 않은 빳빳한 물건일 때에는 ‘새책’이요, 이 빳빳한 종이꾸러미를 누군가 손으로 집어 펼치면 ‘헌책’이 된다. 그러니까, 모든 책은 헌책이 된다. 또한, 모든 책은 새책이 된다. 종이꾸러미로 볼 때에, 사람들한테 읽히는 책이기에 헌책이요, 아직 모든 사람한테 알려지지 않은 책이니까 새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두고두고 되읽히는 책이기에 헌책이며, 언제까지나 새로운 넋과 숨결을 불어넣기에 새책이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을 헤아려 본다. 지구별 모든 도서관에 깃든 책은 어떤 ‘책’일까. 도서관에서 ‘새책’을 사들여 갖춘다 할 때에, 도서관은 ‘새책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책시렁에서 꺼내어 읽고, 또는 집으로 가져가서 읽는 책들이 있는 도서관은 어떤 책이 있는 곳인가. 가만히 따지면, 도서관이야말로 ‘헌책’이 그득그득 있는 ‘헌책방’인 모양새이다.


  나는 내 책들(우리 식구 책들), 이른바 ‘내 서재’ 책으로 도서관을 열었다. 내 살림돈에서 달삯으로 낼 돈을 덜어 개인도서관을 꾸린다. 그러니까 우리 식구 도서관은 ‘서재도서관’이다. 서재도서관으로서 가장 눈여겨보며 살피는 갈래는 사진책이니 ‘사진책 도서관’이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꾸리는 도서관은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꾸리니까 ‘공공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겠지.


  다시금 헤아리면, 이 나라 모든 헌책방들은 ‘책을 파는 가게’이면서 ‘책을 살피는 도서관’과 같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나는 예나 이제나 이 나라 헌책방을 바라보며, ‘헌책방은 가게이면서 도서관’, 곧 ‘헌책방 = 헌책 도서관’이라고 여긴다.


  사람들이 헌책방에도 새책방에도 즐겁게 나들이를 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도서관에서도 집에서도 책을 기쁘게 읽으면 좋겠다. 좋은 마음이 되어 좋은 책을 마주하고, 좋은 이야기를 아로새기며 좋은 삶으로 거듭난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4345.9.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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