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놀이터 (도서관일기 2012.9.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이란 책을 갖추는 곳이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어느 사람은 가벼운 읽을거리를 바라고, 어느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는 읽을거리를 바란다. 어느 사람은 돈벌이에 도움이 될 무언가를 바라고, 어느 사람은 지식이나 정보를 쌓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삶에 따라 책을 마주한다. 스스로 생각한 대로 살아가기에, 스스로 살아가는 결에 맞추어 책을 손에 쥔다. 스스로 생각하는 삶결이 오직 돈벌이라면, 굳이 책이 찾아들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는 삶자리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면, 애써 책이 스며들지 않는다.


  흔히들 사람 있고 아이들 있는 데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무엇보다 숲이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숲이 없으면서 도서관만 있다면, 이러한 곳은 책읽기를 못하고 삶읽기도 못하는 데라고 느낀다.


  도서관을 세우려 한다면, 책을 갖출 건물만 지어서는 안 된다. 책을 둔 건물을 둘러싸고 조그맣게라도 숲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책을 숲 한복판에 앉아서 읽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사람들한테 가장 모자란 한 가지라면, 도시나 시골이나 바로 숲이라고 느낀다. 숲다운 숲이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짐승과 벌레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숲이 있어야 한다. 도토리가 뿌리를 내리고 풀씨가 흩날리는 숲이 있어야 한다.


  숲은 사람들 삶터를 살찌운다. 숲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놀이터가 된다. 숲에서 살고 숲에서 놀며 숲에서 일하는 사이, 시나브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적에, 비로소 사람들은 스스로 글을 쓰고 책을 빚을 수 있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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