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는 책

 


  ‘책을 말하는 책’이 요즈음처럼 유행이 되어 자주 나오는 적은 없었다. 사람들 누구나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즐겁게 쓸 수 있으니까 ‘책을 말하는 책’이 유행처럼 나올까? 그러나 그렇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책을 말하는 책’이 유행처럼 나오는 까닭은 오직 하나이다. 요즈음 이러한 책은 ‘돈벌이가 될 만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책을 말하는 책’을 바지런히 그러모으며 읽었다. 이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고 사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책을 말하는 책’이 매우 드물었다. ‘책읽기’나 ‘글쓰기’를 말하는 책마저 아주 드물었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말하는 책 또한 아주 봇물처럼 쏟아진다. 왜? 돈벌이가 될 만하니까.


  초등학생과 중학생과 고등학생한테는 대학입시를 앞둔 논술시험 교재로 쓰이도록 이 같은 세 갈래 책이 쏟아진다. 대학생한테는 취업을 앞둔 면접 교재로 쓰이도록 이 같은 세 갈래 책이 쏟아진다. 여느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사람들한테는 교양을 북돋운다든지 상식을 늘린다든지 가벼운 읽을거리가 되어 준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골에서 흙 만지며 살아가는 사람이 읽을 만한 ‘책을 말하는 책’은 없다.


  그런데 말야, 참 알쏭달쏭한 일이란, 《테스》를 스스로 읽어야 《테스》를 알지, ‘《테스》를 읽은 느낌을 다룬 글이 모인 책’을 읽는들 《테스》를 느끼거나 알 수 있을까. 스스로 《테스》를 읽지 않고 ‘《테스》를 읽은 느낌을 다룬 글이 모인 책’을 읽을 때에 《테스》를 알게끔 아주 빼어나거나 훌륭하게 쓴 ‘책느낌글’은 있을까. 있다면 몇이나 있을까. 이와 같은 글이 있다면 이 글은 책느낌글이 아니라 오롯이 문학이다. 새로 태어난 문학이다.


  요즈음 유행처럼 나오는 ‘책을 말하는 책’은 하나같이 ‘자기계발’ 갈래에 들 만하다고 느낀다. 참말 도시사람 누구한테나 ‘자기계발 잘 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말하는 책’이기 일쑤이다. ‘책을 말하는 책’에서 다루는 책은 이 책이나 저 책이나 엇비슷하다. 평론가가 다루는 책이 이 평론가이든 저 평론가이든 하나같이 엇비슷하듯, ‘책을 말하는 책’을 쓴다는 사람 또한 ‘스스로 이녁 삶을 새롭게 일구는 사랑스러운 책’을 읽으며 ‘책을 말하는 책’을 쓰지는 못하기 일쑤이다.


  밥을 말하는 책을 쓴다고 생각해 보라. 꽃을 말하는 책을 쓴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책을 쓰겠는가? 내가 맛있게 차려서 먹는 밥 이야기를 쓰겠는가? 남들이 보기에 멋스럽거나 예뻐 보이는 밥 이야기를 쓰려는가? 내가 좋아하는 꽃 이야기를 쓰려는가? 남들이 예쁘다고 할 만한 꽃 이야기를 쓰려는가? (4345.9.1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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